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위한 축제같다. 30일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도섬에서 개막한 제 5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이제 황혼에 선 할리우드 ‘카우보이’에 대한 경배로 가득했다.오후 7시 30분 살라 그랑데에서 열린 개막식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날이었다.
사회를 맡은 이탈리아 여배우 캬라 카잘리는 그를 추켜세우기에 바빴고 할리우드 스타 샤론 스톤은 그에게 황금사자상 공로상 시상자로 나와 ‘존경’이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공로상을 받은 그는 자신을 주역으로 기용했던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서부영화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에 대한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자신의 영화 ‘우주의 카우보이’ 의 토미 리 존스, 도날드 서덜랜드, 제임스 가너도 나와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영화제 측은 개막식 중간에 영화 속 그의 모습을 담아 소개했고, 그것도 모자라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경의’를 특별 섹션으로 준비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용서받지 못한 자’등 그의 주연·감독 작품 중 9편과 그의 일대기를 담은 부르스 리커 감독(미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_아웃 오브 섀도우’를 상영한다.
그가 주연과 감독을 겸한 ‘우주의 카우보이’에 대한 의미부여도 특별하다. 그의 영화인생과도 같다는 것이다.
소문대로라면 그에게 이 영화는 마지막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은퇴한 70대 참전용사가 지구와 충돌할 우주선을 구하기 위해 돌아오듯 그 역시 ‘카우보이’로 돌아올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우주의 카우보이’는 ‘아폴로 13’과 비슷한 영화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특징인 사악한 유머와 ‘새 퍼펙트 월드’처럼 고통스런 결말, 인간성에 대한 잔인한 해석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니스 영화제가 “자기 길을 고집하는 할리우드 현존 유일의 마초(macho) 감독”이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일까지 계속될 베니스 영화제는 ‘우주의 카우보이’를 시작으로 ‘베니스 57’(장편 경쟁 및 비경쟁) ‘현재의 영화’ ‘꿈과 비전’ ‘새로운 영화’‘비평가 주간’부문 등으로 나눠 모두 155편을 상영한다.
장편 경쟁부문에 오른 김기덕 감독의 ‘섬’은 1일, 단편 ‘자화상2000’(감독 이상열)과 ‘내사랑 십자드라이버’(감독 하기호)는 7, 8일에 각각 공식 상영된다.
지난해에 비해 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지만 ‘섬’의 경우 2년 연속 한국영화의 본선 진출작인데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 역시 여전해 연기부문상(최우수 남우, 최우수 여우, 신인배우)중 하나 정도는 수상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베니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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