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 영화 제작이 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나무침대' 의 속편인 '단적비연수' 가 촬영 막바지에 들어갔고, 강제규 감독도 '쉬리' 의 후속편을 고려 중이다.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게 영화가의 속설이지만 그럼에도 속편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편의 관객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편 자체가 후편의 광고로 작용한다는 점 등이다.
'택시'로 프랑스 코미디의 부활을 예고한 뤽 베송 감독이 속편 '택시2'를 만들었다. 뤽 베송이 제작과 시나리오, 1편의 후반부를 연출했던 제라르 크라브지크가 감독을 맡았다.
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택시 안에서 "이 꽉 막힌 도로에서 단숨에 빠져 나갈 수 있다면" 하는 상상으로 '택시' 를 만들었던 제작자 뤽 베송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상상의 날개를 펼쳐, 마침내 '나는 택시' 까지 고안해냈다.
1편에선 220㎞로 달리던 택시는 2편에서는 시속 306㎞로 달리고 몇 개의 조작만으로 바퀴를 특수형으로 바꾸며, 마침내 측면에서 날개와 보조날개가 나와 항공기와 나란히 비행한다.
물론 택시의 '업 그레이드' 만으로 영화가 이어질 리 만무하다.
전편 갱단과의 결투가 이번에는 일본 야쿠자와의 한판 대결로 싸움 규모가 더 커졌다. 야쿠자의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마르세유로 무기를 사러 온 일본국방장관을 납치한 야쿠자들과의 격돌에서 마르세유의 여자 경찰 패트라(엠마 소버그)가 일본 무술을 휘황찬란하게 보여주고, 무면허 택시기사인 주인공 다니엘(사미 나세리)은 어지러운 운전 솜씨로 적들을 따돌리는 식이다.
말많은 프랑스 코미디의 문법을 따르고 있는 이 영화는 다니엘에게 "빨리 숙제하라"며 섹스를 닥달하는 여자친구 릴리(마리온 꼬띨레르), 시도 때도 없이 참전담에 정신을 잃는 릴리의 아버지, 일본 장관을 '쪽바리' 라고 대놓고 욕해대는 경찰 반장 등 말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우스개가 한 몫한다.
뤽 베송의 동양인 깔보기는 천성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상업적 전술로 이해된다.
1편에서 밤새 운전하기 위해 자신과 교대할 동료를 차 트렁크 안에 싣고 다녔던 한국인으로, 2편에서는 프랑스의 신기술에 그저 혀만 내두르다 멍청하게 납치되는 한심한 일본인으로 동양인을 연속해 비하한 것은 오히려 동양에서의 논란이나 화제를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억지스런 부분이 많이 보인다는 얘기다.
1편에 비해 자동차는 더 빨라지고, 농담은 더 야해졌지만 발랄한 발상은 역시 전작에 못비친다. 모든 속편이 갖는 비애다.
그러나 자동차 질주 만큼은 관객이 어지럼을 느낄 만큼 폭발적이다. 프랑스 영화답게 다니엘의 택시는 '푸조 406'이다. 9월2일 개봉. 오락성 ★★★☆ 작품성 ★★★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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