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금융위기를 계기로 ‘20/80’이란 괴상한 숫자가 자주 나온다. 이 숫자가 나타내는 의미는 중산층의 몰락으로 인구 20%의 부자와 80%의 가난한 사람으로 사회가 양극화한다는 뜻이다.바꾸어 해석하면 20%인구가 80%의 부(富)를, 나머지 80% 인구가 겨우 20%를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치가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니지만 실증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비평가의 구미를 당기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2080법칙은 소득분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의 여러 분야에서도 얘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종업원 100명의 회사에서 일 잘하는 20명이 회사이익의 80%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조직책임자의 “똑똑한 친구 서너 명만 있으면…” 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나아가 이 법칙을 개인능률에까지 적용하기도 한다. 한 개인도 업무실적의 80%를 전체 근무시간의 20% 내에 달성한다는 것이다.
■2080법칙을 고전적인 말로 파레토의 법칙이라 한다. 100년 전 빌프레드 파레토라는 이탈리아 경제학자가 당시 이탈리아의 국부 중 80%가 상위 20%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는 관찰을 토대로 소수 엘리트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법칙을 제시한 파레토는 이탈리아 파시즘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지만 2080법칙은 100년 후 많은 버전으로 전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조직책임자에겐 솜사탕처럼 달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20%의 실적을 생산해 줄 사람이 없다면 20%의 ‘똑똑한 소수'가 80%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중산층의 몰락은 10여년 전 피터 드러커가 미국사회의 변화를 빗대어 이미 예언한 바 있다. 1등만이 독식하는 프로골프나 복권에 구경꾼은 열광하지만, 참여자는 억울해 한다. 2080의 소득분포는 중산층 몰락을 알리는 위험한 숫자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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