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부모 장모(51·여)씨는 아들이 다니는 경기 B고에 서울대 수시모집 지원에 필요한 학교장 추천을 받으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담임교사는 “6명이 배정된 서울대 학교장 추천에 포함시켜 주겠다”며 “수능성적 기준으로 10점을 하향 지원하고 합격하면 정시·특차모집에 응시하지 않고 반드시 등록한다는 각서를 쓰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장씨는 “원하는 과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학교측에서 “하향 지원을 해서라도 가려는 사람은 많다.
특혜를 주는 만큼 학생도 따라야 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장씨는 “각서가 웬말이냐”며 “학교측이 명문대 합격자수를 늘리기 위해 학교장 추천제를 악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8일부터 2001학년도 수시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학교장 추천제가 고교들의 명문대 합격자수 늘리기 경쟁으로 인성 특성 특기 등을 고려해 잠재력을 가진 우수학생에게 진학의 기회를 준다는 원래의 취지가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 각서써야 추천서써준다
최근 수시모집 원서 작성이 한창인 서울 K고도 명문대에 추천해주는 조건으로 하향 지원과 정시모집 지원 포기를 요구해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의 고교에서는 “서울대에 추천을 받으려면 수능성적 10∼20점의 하향지원은 각오해야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처럼 학교장 추천에 ‘각서’까지 등장한 것은 명문대 합격자를 늘리려는 학교측의 욕심에 수시모집 합격자가 나중에 빠져나가는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대학측의 고육지책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학교장 추천으로 하향지원해 합격한 수험생 상당수가 연말 정시·특차모집을 통해 다른 학교로 빠져나가자 명문대들이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으면 다음 해에 해당 고교의 추천 할당 인원을 줄이겠다”며 학교를 ‘반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부터 수시모집 요강에 ‘수시모집 합격자는 반드시 등록하고 재학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일정 기간 해당 고교의 추천권이 배제될 수 있다’는 제한조건을 명기했다. 학부모와 입시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수험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원기회를 부여한다는 수시모집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자기소개서 대필에 100만원
한편 학교장 추천서와 함께 수시모집 서류심사 에서 중요한 전형자료로 쓰이는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를 대필시키는 풍토도 확산되고 있다. 자기소개서는 교내 활동 상황, 수상 경력 등 7개 항목에 걸쳐 원고지 2∼4장 분량으로 쓰게 돼 있는데 ‘남보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대필과 ‘특별지도’등의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자기소개서 대필에 100만원, 교정에 30만원’ 등 수시모집 응시생을 유혹하는 전문대필가들이 등장했다. 또 강남 일대 학원가에서는 ‘특별지도’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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