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관계 인사의 대출과정 개입 여부 등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이 사건의 근본적인 의문은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48·구속)씨가 평소 거래해오던 A사,R사,S사 등 3개 업체에 아무런 담보없이 6개월동안 466억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불법 대출해준 점이다.
검찰은 “신씨가 부임하기 전부터 쌓여있던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가대출을 해줬던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10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된 A사 대표 박혜룡(47)씨는 평소 자신을 ‘현직 장관의 친척’이라고 신분을 과시해왔다. 여기에 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씨 부친의 장례식때 현직 장관이 조문한 사실이 맞물려 외부인사의 압력설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박씨 동생(40)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해 3월 형 혜룡씨와 함께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을 찾아가 15억원의 대출보증을 요청한 점, A사가 설립된 97년 회사대표로 경영에 직접 참여한 점, A사 경리장부에 동생 명의로 수천만원이 대출된 것으로 기재된 점 등으로 미뤄 박씨의 동생이 A사 불법 대출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지난 4월 청와대 행정관을 그만둔 동생은 최근까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컨설팅회사 부사장으로 일해오다 사건이 터지자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R사 대표 이모(여)씨가 관악지점에서 67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경위도 의문이다. 50대 초반의 뛰어난 미모를 지닌 이씨는 서울 이태원동에서 중소 의류점을 운영하다 4~5년전 부동산개발회사를 설립, 현재 한남동에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와 함께 1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건립중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R사 직원들이 평소 ‘이씨가 정·관·재계 인사들과 교분이 두텁다’고 자랑하고 다녔다”며 “거래실적이 별로 없는 회사에 수십억원을 대출해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이씨가 상가분양시 수백억원이 회수된다는 서류를 제출해 대출해줬다는 것이 신씨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30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기부품업체 S사 대표 민모씨도 금융계 고위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졌다. 민씨는 특히 자신의 명의로 대출받은 자금중 70여억원을 박씨에게 다시 지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장관 친척이라는 박씨와 짜고 민씨가 자신 명의로 대출을 받은 뒤 향후 사업상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자금을 지원해줬을 가능성이 크다”며 “민씨를 조사해봐야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사업 관계로 알게 된 ‘박씨_이씨_민씨’ 3명이 관악지점에서 대출받은 전체 자금의 규모와 거래내역, 대출금 사용처와 함께 다른 시중은행에서 거액의 불법 대출을 받은 적은 없는 지 여부 등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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