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마사이 마라(Masai Mara) 야생동물보호구역. 나이로비에서 서쪽으로 20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역이다.마라강(江)을 중심으로 약간의 산과 계곡, 그리고 평원으로 이루어져있다. 중앙 아프리카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동물들의 집단 월동지역이다.
남한 총 면적의 10분의 1 정도로 넓은 이 곳에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동물들이 가뭄과 추위를 피해 모인다.
그들이 피한(避寒) 여행을 이 곳에서 마무리하는 것처럼 나도 이 곳을 끝으로 두 달 가까이 되는 아프리카 여정을 마친다.
'유종의 미'. 그 것을 거두기 위해 처음 아프리카에 닿을 때와 같이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숙소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7,8월은 이 곳의 최대 성수기이다. 모든 숙소의 예약이 끝나 있었다.
우리 일행에게 돌아온 것은 텐트 로지였다.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전기는 물론 전화, 팩시밀리 등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 로맨틱한 숙소이다. 큰 텐트 아래 침대와 샤워장과 심지어 수세식 변기가 달려있다.
텐트 바깥에서 맞는 중앙 아프리카의 밤하늘은 정말 환상적이다. 은하수가 반짝거리면 하염없이 흘러간다.
가장 큰 흠은 밤과 낮의 기온차를 막아줄 수 없어 잠자리가 추었다. 하이에나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긴긴 밤을 사시나무 떨듯하다 아침햇살을 맞을 때에는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른 새벽에 일어날 때에는 '오늘을 최고의 날로 만들자'고 생각한다.
기온이 제법 쌀쌀하기 때문에 샤워는 못하고 얼굴만 대충 씻은 채 동물의 왕국으로 나갔다.
오늘은 운이 좋으려나 보다. 눈이 가장 예쁜 동물이라는 디크디크(Dik-Dik·작은 영양)가 아침인사를 하면 맞는다.
마사이 마라에서의 촬영은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동물에 가깝게 접근해 그들의 표정을 찍을 수 있었다는 점이 그렇다.
깊게 주름진 눈을 껌벅거리는 거대한 코끼리의 얼굴, 송곳니를 드러내 놓고 기지개를 켜고 있는 숫사자, 사냥감을 발견하고 나무 위에서 날렵하게 내려오는 치타 등.
특히 치타들이 얼룩말 한 마리를 잡아 놓고 기분 좋게 포식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가능한 한 가깝게 접근을 시도했다. 렌즈를 통해 초점과 거리를 맞추는 순간에는 '혹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당연한 가능성을 완전히 망각하기도 했다.
마라강은 거의 하마들의 차지였다. 세렝게티나 웅고롱고로에서도 하마를 봤지만 멀리서는 섬이 하나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수십 마리의 하마가 함께 어울려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서울을 떠난 지 50일이 넘었다. 사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매일 10시간이 넘게 돌길과 흙길에서 자동차에 흔들리다 보면 몸이나 마음이나 편하지가 않다.
온종일 동물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헤매다 보면, 무엇을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하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도 계속해야 한다. 소중한 시간의 기록을 위해서. 마지막 촬영을 마치며 속으로 나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진실로 잘 헤쳐 나왔는가,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언제나처럼 조금의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약간의 흐뭇함이 교차한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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