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어머니의 땀과 우정을 한꺼번에 훔쳐 갔습니다.”29일 정모(22·H대 2년)씨는 자신의 등록금을 훔쳐 달아나 복학의 꿈을 좌절시킨 소꿉친구 신모(22·무직)씨를 한없이 원망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께 정씨가 초등학교 동창인 신씨와 함께 서울 도봉구 방학동 소재 농협지점에서 현금 304만원을 인출한 뒤 ‘집에 가서 차한잔 마시자’는 제의에 신씨의 집을 따라갔던 게 화근이었다.
신씨는 정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돈가방을 집어들고 은행에 가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뒤 그대로 잠적했다. 돈이 없어진 사실을 안 정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설마 둘도 없는 친구가 범인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에서 돈을 바꾸다 은행 CCTV에 잡힌 친구의 모습을 본 정씨는 배신감에 온몸을 떨었다.
정씨에게 그 돈은 군대에 간 동안 대학 복학자금으로 홀어머니가 3년동안 식당일과 청소 등 온갖 궂은 일을 하며 모아놓은 피와 땀이 맺혀 있는 것. 이 사건으로 복학 등록 마감일인 28일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한 정씨는 “믿었던 친구와 어머니의 소망을 한꺼번에 잃었다”며 허탈해했다. 특히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귀어 믿었던 친구가 등록금을 훔쳐가다니 정말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신씨는 훔친 돈으로 춘천일대 강촌과, 가평 등을 오가며 술값 등 유흥비로 탕진한 뒤 사건 열흘만에 귀가하다 28일 새벽 경찰에 붙잡혔다. 절도 혐의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구속된 신씨는 “돈을 보는 순간 욕심 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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