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2차 파업이 시작된 지 28일로 한달째. 종합병원 응급실은 수용 규모를 넘어서 환자들이 건물 밖 대기실까지 넘쳐나고 외래진료 차질과 수술 연기 등 진료 파행은 호전될 기미가 없다.대부분의 대형 종합병원은 병실가동률이 50%에도 못미치는 상태. 예약환자 외에 외래진료는 거의 안하고 있고 수술 일정도 보름에서 한달씩 늦춰져 암이나 심장병 등 위급환자들은 목숨을 건 채 애만 태우고 있다.
응급환자들은 “의사에게 항의해봐야 불이익만 받는다”며 의사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진료의들은 만성피로를 호소하며 정부와 언론에 극도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 차례 연기 끝에 25일 A대학병원에서 간신히 간암 수술을 받은 B(51)씨는 “그동안 의사에게 강하게 항의했는데 행여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는지 은근히 불안하다”며 “대다수 입원·응급환자는 불이익이 두려워 언론과의 접촉을 꺼린 채 의료진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C(38)씨는 “처음에는 화도 내고 불만도 터뜨렸지만 이제는 체념하고 참고 견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응급실에서 대기중이던 D(62·여)씨는 “몸이 아프다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죄스럽다”며 자책했고 삼성서울병원에서 1주일째 위암 수술을 기다리는 E(45)씨는 “입원한 것만도 다행”이라며 자조섞인 웃음을 지었다.
폭우가 쏟아진 26일과 27일 대형병원 응급실에서는 대기환자들이 건물 밖 벤치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부모를 모시고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F(30·여)씨는 “응급실 병상은 물론 대기실도 부족해 건물 밖 보호자용 벤치로 밀려났다”며 “늙은 부모님이 딱딱한 의자에 비를 맞으며 누워 계신 모습을 보자니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입원환자들이 의사를 만나기도 하늘의 별따기. 서울중앙병원에 입원한 G(43)씨는 “1분도 채 머무르지 않는 주치의가 야속하지만 과로로 퀭해진 얼굴을 보면 불쌍해 뭐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의사들도 한달째 이어지는 비상근무에 극도의 피로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중앙병원의 한 전문의는 “혼자 수백명의 입원환자 치료와 외래진료를 도맡다 보니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며 “의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의사와 환자를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언론과 정부도 원망스럽다”고 비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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