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야드 파3의 16번홀. 둘다 7번 아이언을 잡았다. 우즈의 티샷은 핀으로부터 3.5m, 가르시아의 것은 8m지점에 각각 안착했다. 유난히 굴곡이 심한 그린의 컨디션을 감안할 때 누가 봐도 우즈가 이기거나 최소한 비기는 상황.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먼저 퍼팅한 가르시아의 볼은 컵 왼쪽 벽을 절묘하게 타고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반면 우즈는 상대방의 예상밖의 퍼팅에 김이 빠진 듯 버디를 놓쳤다. 팽팽하던 승부는 이 한 타로 갈렸다.
총상금 150만달러가 걸린 ‘빅혼(Bighorn)의 결투’의 승자는 세르히오 가르시아(21·스페인)였다. 가르시아는 29일 오전(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GC(파 72)에서 벌어진 타이거 우즈(24)와의 매치플레이에서 신들린 듯한 퍼팅덕에 1홀차로 이겨 상금 110만달러를 차지했다.
우즈의 몫은 40만달러. 이들은 각각 20만달러를 자신들이 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세계랭킹 1위와 15위, 메이저대회 3승을 포함한 시즌 8승과 무관(無冠), 그밖의 현격한 차이가 나는 각종 개인기록이 입증하듯 가르시아는 우즈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당일의 컨디션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단기승부. 결국 이 점이 승부의 절대변수가 됐다. 지난 주 NEC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2주연속 2개 대회 2연패의 대기록을 세웠던 우즈지만 하루밖에 쉬지못해 피곤에 절은 모습이 역력했다.
7번홀까지만 해도 가르시아는 버디와 보기 각 2개로 오락가락했다. 반면 우즈는 버디 1개를 잡아 1홀차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파3의 8번홀은 가르시아의 기세를 북돋워주었다. 티샷이 드로가 걸리면서 내리막 라인을 타고 핀 1m에 붙어 버디, 타이를 이룬 것.
가르시아는 날이 저물어 조명등을 밝혀놓고 진행된 14번홀(파4)에선 프린지에서, 15번홀(파5)에선 미스 어프로치샷에 이은 3m짜리를 줄버디로 마무리, 확실한 버디 사정권에 있던 우즈의 넋을 빼놓았다.
16번홀을 빼앗긴 우즈는 파4의 18번홀(355야드)에서 1온을 작심한듯 회심의 드라이버 티샷을 날렸으나 그린에 20야드정도 못미쳐 버디에 그쳤다. 반면 가르시아는 정상적인 플레이로 세컨샷을 4m지점에 붙인 뒤 그대로 홀인, 우즈의 연장전 희망을 무산시켰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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