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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너와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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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너와 사외이사

입력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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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아이베스터 회장겸 최고경영자(CEO)가 단상에 올라갔다. 아이베스터 회장은 주주(株主) 좌석의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이사들을 향해 회사의 지난해 실적과 향후 경영전략 등에 관해 열변을 토해댔다.이사진 좌석에는 뜻밖에도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등 쟁쟁한 거물급 저명인사들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이사진의 면면(面面)도 그렇지만 이들이 자리잡은 좌석 위치도 이채로웠다.…’

■ 일본 유수의 경제전문지가 현지발로 전한 미국 코카콜라사의 지난해 주주총회 장면이다. 이 기사가 강조하려던 것은 두 가지다.

코카콜라사의 이사 진용이 거의 외부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는 게 첫째 포인트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사들이 일반 주주들과 같은 편에 앉아 최고경영자와 대치하는 형태가 색달랐다는 것이다.

오너가 이사들을 거느리고 앉아 주주들과 마주 보는 식의 일본 기업 주총에 익숙한 취재기자에게 코카콜라사의 주총 현장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 한국 기자가 같은 현장을 취재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일본기자 처럼 눈이 휘둥그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미국식을 본떠 외부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꽤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장기업만해도 현재 1,200여명에 달한다고 하니 짧은 제도 연륜에 비해 비약적 증가세다.

거대기업(자산 2조원 이상)들은 내년부터 전체 이사의 절반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되어있어 바야흐로 사외이사 시대의 만개(滿開)다.

■ 최근 한 장관이 사외이사 시절 실권주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대다수 건전한 사외이사들마저 덤터기를 쓰고 있다.

일부 사외이사들의 자질도 문제지만, ‘무늬만 사외이사’가 되도록 ‘운영의 묘’를 잘도 활용하는 오너측이 역시 한 수 위다. 명실상부한 권한과 떳떳한 대우를 제공하지 않고서 사외이사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독립성과 책임성이 보장된 이사회가 일류기업을 만든다는 뻔한 진리를 모를 리 없을텐데 말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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