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반군단체 아부 사이야프가 28일 6명의 서방국가 출신 인질들을 풀어주는 대신 미국인 1명을 납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필리핀 인질사태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아부 사이야프의 대변인 아부 아마드 사야바는 이날 서방 인질 6명이 졸로정글에서 풀려나 리비아로 떠난 직후 필리핀 지방방송인 라디오 민다나오와의 회견에서 미국인 제프리 크레이그 쉴링(24)을 납치했다며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 미국인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요원으로 아부 사이아프를 조사하고 있었다”며 “뉴욕의 계무역센터 폭파범으로 복역중인 테러리스트 람지 요세프등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 보도로 가장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던 리비아. 필리핀 반군들을 위해 학교와 사원을 지어주고 군인들을 훈련시켜주는 등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리비아는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 반군측에 거액의 몸값을 제공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직접 인질 석방 교섭에 나선 리비아의 최고지도자 무하마드 가다피에게 이례적으로 자국 국민들의 석방 노력에 감사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인질 6명은 리비아항공편으로 필리핀 세부공항을 출발, 오는 31일 가다피가 주최하는 환영행사와 리비아 혁명 3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트리폴리를 향해 떠났다.
한편 미국은 이날 필리핀 반군들의 자국민 납치 주장에 매우 당혹한 표정을 보이면서 자국민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6명의 인질들이 석방된 것은 축복할 만한 일이지만 몸값 지불을 약속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지적했었다. 미국은 필리핀 반군들이 리비아에서 훈련을 받았고 이번 인질 석방에도 반군과 리비아가 모종의 타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리비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부 사이야프 반군들은 지난 4월 23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두 곳에서 각각 필리핀인과 외국인 관광객 등 30여명의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미국 교도소에서 수감중인 반군 3명의 석방과 240만 달러를 요구해왔다. 그동안 리비아의 중재결과, 모두 7차례에 걸쳐 16명의 인질들이 풀려났으며 현재 서방인 6명을 포함해 23명이 억류된 상태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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