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고유가는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중동평화회담에서 이스라엘 편을 든 미국에 반발, 증산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됐다.국제 원유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이같은 관측은 사우디가 지난달 7일 하루 50만 배럴을 증산하겠다고 해놓고도 실제로 시장에는 그 절반인 25만 배럴만 내놓고 있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50만 배럴은 유가를 배럴당 2.5달러 정도 떨어뜨릴 수 있는 규모이다. 미국은 2주전 압둘라 왕세자에게 빌 클린턴 대통령의 친서를 보내면서까지 원유증산 압력을 가했지만 사우디측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측은 원유 증산분이 당초의 절반에 불과한 것은 시장에 구매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중동의 국제정치가 사우디 왕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유럽판이 25일 보도했다.
지난 달 말 캠프 데이비드 협상에서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동예루살렘을 포기토록 압력을 가하고,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한데 대해 사우디 왕가가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우디는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만이 아니라 전 이슬람의 성지이므로 동예루살렘에 대한 아랍의 영유권을 해치는 어떠한 기도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파드 국왕의 사우디 왕가는 이슬람의 2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관할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언급을 피하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1973년 오일쇼크 이후로는 원유를 무기로 사용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같은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사우디가 아랍권의 여론을 의식, 미국의 압력에 지나치게 빨리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사우디는 미국에 대해 어떤‘몽니’를 부리고 있을까. 내달 27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OPEC 정상회담까지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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