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조선의 수도로 정해진 이래 600년 이상 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돼왔다. 특히 1970년대부터는 급속한 산업의 발달과 이농에 의한 도시화가 진행됐고 그 결과 지금은 대부분의 논과 밭, 맑은 물, 그리고 숲이 사라졌다.아스팔트와 빌딩 숲이 그 자리를 대신한 서울은 이제 숲에 살던 곤충과 곤충을 먹고사는 개구리, 새들이 떠난 삭막한 도시 사막이 돼버렸다.
이 도시사막 한켠에 자리잡은 난지도는 1978년 쓰레기매립장으로 선택된 이래 1993년까지 15년간 1,000만 서울시민이 매일 수백 트럭씩 쏟아부은 쓰레기를 묵묵히 받아 높이 95m, 길이 3㎞, 넓이 10만3,000평의 거대한 쓰레기 산을 만들었다.
물론 우리가 난지도에 묻은 것은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이 아니라 고도성장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과 눈물, 보람과 회한, 축복과 재앙 그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매립이 중단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악취와 오·폐수로 뒤덮인 이 쓰레기 산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
풀이 자라고 꽃이 피고 어디선가 묻어온 나무의 씨앗들이 쓰레기 더미 사이를 뚫고 나와 나무가 돼 자연과 생명의 위대한 섭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곳에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한다. 서울시는 2월7일 3만평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뒤 7월19일 도시계획위원회에는 8만9,000평 규모의 골프장 확정안을 제출했고 8월8일에는 다시 규모를 5만8,000평으로 줄여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만 왔다갔다할 뿐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골프장의 면적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서울시가 왜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려는가 하는 것이다.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데 하루에 고작 200∼300명이 이용할 골프장을, 서울시가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설하려는 이유를 사람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골프장을 만들더라도 서울시민 대다수는 골프를 칠 형편이 못된다는 사실도 알아야겠다.
역사를 간직한 한강의 큰 물줄기,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있는 해발 100m 봉우리에서 보는 아름다운 서울의 경관.
서울시는 난지도를 시민들이 즐겨 찾는 가족공원으로 만들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민 1인당 공원 면적은 아직도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계속 만들더라도 부족한 것이 현실인데 자연이 준 선물을 왜 내팽개치려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의 역사를 간직한 쓰레기더미 난지도가 다시 생명이 숨쉬는 자연이 돼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기를 거듭 기대해본다.
/이돈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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