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에 대한 평가와 단죄는 거의 부재한 상태다. 친일파 중 고작 7명만이 법의 처단을 받을 정도였다.역사를 광정하고 ‘기록의 문화’를 정착시려는 의도로 제작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김대중 납치사건, 광주민주항쟁 등 역사의 감춰진 이면을 파고 든 프로그램이다.
8월 27일 방송된 ‘대북교류의 선행자들’ 편은 이제와는 사뭇 다른 면을 보였다.
이는 정주영, 김우중 방북을 주선한 금강산 국제그룹 회장 박경윤의 성공스토리를 열거한 듯이 긴장이 풀린 느낌을 주었다.
‘대북교류…’편은 공식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막후 중개인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후, 박경윤 회장과 김진경 옌볜과학대 총장, 전용만 현통그룹 회장 등이 사랑의쌀 보내기 운동, LA타임스의 북한 취재 등에 큰 공로가 있음을 밝혔다.
또 이들이 남북 양쪽에서 ‘이중간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사실도 언급하면서, 97년 북풍의 주역이었던 ‘흑금성’사건을 들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이들의 개인 행동보다는 그렇게 만들었던 불투명한 정책결정 과정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왜곡된 정책결정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정영철 전 안기부국장의 인터뷰를 통해 “비선조직 결과가 종합적으로 취합되어 정책이 결정되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없다” 는 정도로 그쳤다.
대신 막후 밀사들의 활동상과 “순수한 통일염원으로 사업을 했다” 는 이들의 주장과 ‘밀사’ 가 불가피했던 시대적 상황만 반복해서 언급되었다.
베일에 가려져 백안시되었던 이들의 실체 또한 중요한 역사적 진실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을 아끼는 시청자들은 그 이상을 바랄 것이다.
역대 정권이 대북관계를 정략적 이용한 사례 등을 거시적 맥락에서 분명하게 짚어야 이들의 존재와 가치가 정당하게 조명될 것이다.
과오를 저지르고도 평가나 단죄에서 비껴 서 있는 ‘유력자’들에 대한 가차없는 추적이야말로 ‘이제는…’의 가치와 인기를 높이게 될 것이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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