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실시하는 을지 포커스렌즈 연습은 한미 연합및 합동 지휘소연습(CPX)이다. 주한 미군사령부는 ‘유사시 외부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위하기 위해 작전수행에 필요한 협조관계, 업무수행절차, 계획및 체제를 평가·발전시키기 위한 훈련’이라고 설명한다.일반인들은 공무원 비상근무훈련 정도로 여기지만, 군 작전개념으로는 ‘전쟁연습’(War Game)이다.
■1976년 시작한 을지연습은 78년 한미 합동 팀스피리트 훈련으로 이어졌다. 팀 스피리트 훈련의 전형적 작전개념은 북한이 서해 5도에서 도발을 감행한 것을 계기로 한미 연합함대가 사단규모의 한미 해병 상륙단을 싣고 은밀히 이동, 동해안 적 후방에 강습상륙작전을 펴는 구도다.
북한의 ‘전쟁연습’비난에 맞서 한미 양국은 방어목적을 강조했지만, 상륙작전은 원래 가장 공격적 개념이다. 특히 팀스피리트 훈련은 우리와 북한 해공군력의 수십배를 넘는 미 태평양 해공군력이 동원되는 냉전시대 최대규모 실전훈련이었다.
■북한은 이 훈련때면 전군이 비상체제에 돌입할만큼 공포에 떨었다. 북한이 그토록 줄기차게 주한 미군 핵무기 철수와 함께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을 외친 이유다.
북한의 그런 안보불안이 핵개발 또는 엄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미국도 북한핵과 연계해 훈련을 중단, 그 가공할 위협성을 인정한 셈이다. 이 훈련을 중단해 우리의 안보태세가 위축됐다는 얘기는 없었다. 또 이제는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상하는 것 조차 시대착오적이다.
■올 을지연습에서 상륙작전등 병력동원 훈련을 축소한 것이 논란이 됐다. ‘안보를 위한 훈련에도 북의 눈치를 보느냐’는 얘기지만, 진정한 안보개념에 무지한 논리다.
안보는 강력해야 하고, 이를 보완하는 동맹도 필요하다. 또 가장 확실한 안보는 적을 아예 말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쟁의 역사다.
내가 다치지 않는 진정한 안보는 적과의 화평이다. 그러자면 군축에 앞서 ‘전쟁연습’부터 줄이는게 동서고금의 관행이자 상식이다. 정부는 이걸 국민에게 자신있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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