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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경의선, 통일 열어갈 '기관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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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경의선, 통일 열어갈 '기관차' 기대

입력
2000.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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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6월15일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붐’이 인 것 같다. 북의 지도자니 음식이니 예술이니…. 북한이 마치 하나의 상품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우리같은 외국인들에게 떠오르는 의문은 이러한 붐이 오기까지 왜 같은 민족에 대한 관심이 그토록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한국 친구들에게 북한이야기를 꺼내면 무관심했었고 특히 통일에 대한 화제를 꺼내면 ‘꼭 해야한다’는 답보다 ‘안해도 된다’거나 ‘좀 늦추었으면 좋겠다’는 답을 듣기가 일쑤였다.

불과 55년 전까지 한 공동체에서 한 핏줄로 살아 온 민족이 왜 그 한 짝을 남을 보는 것처럼 보는 것일까. 한국인들이 유난히 건망증이 많고 갈라진 공간에 살아서 그럴까. 아니다. 사랑하는 애인 사이라도 오래 떨어져 살면 애정이 식어가는 법. 55년이나 연락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다보니 같은 민족이라는 느낌이 희미해지는 것이다.

경의선 열차를 타면 문산이란 작은 역에서 내려야 한다. 경의선의 원래 종점인 신의주로 가는 길이 막혀 있지만 문산역 구내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구호와 증기기관차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1998년 8월15일 옛 경의선 길을 따라 나는 임진각에서 문산역까지 원래 철길을 따라 걸어 보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철길이 없었다.

레일과 침목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레일 뿐 아니다. 임진각에 간신히 남아있던 철길부지는 500m도 안 가서 새로 확장된 1번 국도에 점령당해 있었다.

원래 1번국도는 철길을 따라 2차선으로 있었으나 4차선으로 확장될 때 경의선 노반을 전용한 것이다. 또 노반의 어떤 곳은 농경지가 되고, 어떤 데는 사유지가 돼 있다. 이 철도를 원래 복원하려면 그냥 열차를 달리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토지매수, 노반공사, 레일부설 등 신노선 건설과 거의 똑같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 관료와 국민들은 그동안 겉으로는 슬로건처럼 통일을 외치면서도 실질적인 부분에선 통일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얘기가 된다.

경의선 복구에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통일은 구호가 아니라 차분한 준비로부터 올 것이다. 이번 추석 직후 경의선 복원공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깨는 다시없는 기회일 것이다. 복구될 경의선 철도는 한국인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지속시키는 ‘기관차’역할을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도도로키 히로시·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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