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에 큰 자취를 남긴 감독과 우리 삶의 한 페이지를 감동으로 채워준 배우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이들의 부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청춘의 한 장이 닫기는 느낌을 받는 영화 팬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세상을 떠난 배우로는 잭 레먼과 실버 무비 콤비로 노익장을 과시했던 월터 매튜, ‘농부의 딸’로 유명했던 여배우 로레타 영, 그리고 영국의 연기파 배우 알렉 기네스가 있다.
이 정도 배우들이라면 TV에서 추모 특집상영도 있을 법한데, 우리 영화계를 풍미했던 최무룡과 김진규씨 때도 그러지 못한 현실이니 사치한 바람일 뿐이다.
8월 5일, 86세로 생을 마감한 알렉 기네스의 비디오 출시작을 살펴보는 것으로 대신 이들의 한 시절을 추억해 본다.
1914년 런던에서 태어난 알렉 기네스는 영국 일링 스튜디오의 코미디물에 출연하면서 배우 인생의 전기를 맞아, 한 인물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냈다.
우리에겐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로 널리 알려졌는데, 초기작을 제외하곤 모두 비디오로 출시됐다.
2차 대전 중 태국의 일본군 포로 수용소를 무대로 한 ‘콰이강의 다리’(1957년)에서 자존심과 기품 넘치는 영국 장교 니콜슨 대령의 모습을 어찌 잊을까.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에서는 아랍 혁명의 지도자 파이잘 왕자, ‘닥터 지바고’(1965년)에서는 지바고의 이복형 예프그라프, ‘인도로 가는 길’(1984년)에서는 온화한 미소로 철학적인 담론을 나누던 인도 학자 고볼레로 분했다.
올해 개봉된 ‘글래디에이터’의 오리지널 판인 안소니 만 감독의 ‘로마 제국의 멸망’(1964년)에서는 전쟁터에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멈추지 않는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되었고,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브라더 썬 씨스터 문’(1973년)에서는 성 프란체스코로부터 종교적 도전을 받는 교황이 되었다.
젊은 영화 팬들은 기네스를 ‘스타워즈’(1977년), ‘제국의 역습’(1980년), ‘제다이의 귀환’(1983년)의 지혜로운 백발의 기사 오비원 케노비로 기억할 것이다.
◆감상포인트/기네스의 죽음으로 지난 시대의 기품을 전해줄 영국 배우는 숀 코널리 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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