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게 앤 아스카’ 의 록 콘서트는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의 첫 테이프를 끊는 대형 공연이었다. 일본도 그랬겠지만 우리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 행사였다.‘차게 앤 아스카’ 는 공연 도중 “이 공연을 계기로 양국이 과거사를 같이 아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외쳤다. 어눌한 한국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연 자체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 주었다. 이들은 뮤직비디오 상영시간 5분 동안만 휴식하고 23곡을 계속 불렀다. 이들의 팬이 아니라도 ‘제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공연 수익금 전액을 재단법인 한국여성기금에 기탁키로 했다. 이 공연은 대중문화 개방에 따른 ‘대일(對日) 거부감 없애기’ 가 큰 목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공연은 일본문화의 한국 상륙 준비가 얼마나 철저한가를 보여 주었다. 한국의 젊은 관객들은 공연 내내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 점은 위성과 인터넷 등이 얼마나 일반화해 있으며, ‘일본어 음반 발매금지’ 라는 남은 규제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우려를 준다. 한 관객은 ‘공연 자체가 관람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굳이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충실한 문화상품이면 어떤 정치적 규제라도 뛰어넘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온 30~40대 일본 주부 팬의 모습도 부러웠다. 그들의 대중문화 뿌리는 얼마나 튼튼한가? 조로하는 가수, 30대면 콘서트는 커녕 음반 한 장 사는 데도 인색해지는 우리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이번 공연으로 대일 거부감은 많이 없어지겠지만, 그 후 상륙할 일본 문화의 실체는 감춰지지 않는다. 우리도 그만한 위력으로 일본을 공략하고 있는가. 이 점에 회의가 든다.
양은경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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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00/08/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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