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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약과의 전쟁 ' 회심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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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약과의 전쟁 ' 회심의 승리

입력
2000.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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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에서 고전중이던 미국이 오랜만에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에 일격을 가했다. 미 마약단속국(DEA)은 26일 “2년간 12개국이 공조수사를 펼쳐 코카인 27.5톤(시가 10억달러)을 압수하고 운반책 4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여행 작전(Operation Journey)’으로 명명된 이번 수사의 목표는 콜롬비아산 코카인의 해상 유통로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중남미 일대 해상을 봉쇄하기까지 했으나 루트 확보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 드러난 마약 공급로의 거점은 콜롬비아 인접 베네수엘라의 해변이었다. 콜롬비아산 마약은 일단 육로나 항공기를 이용, 베네수엘라 동북 해안의 오리노코강 델타지역으로 옮겨졌다. 육로의 경우 콜롬비아 농촌지역 빈민들이 마약을 통째로 삼켜 운반하는, 일명 ‘인간노새’도 동원됐다.

해안에 집결한 코카인은 다시 정글 지역의 비밀장소로 옮겨겼다. 마약 밀매범들은 쾌속정으로 오리노코강의 복잡한 지류를 타고 해안에 정박중인 그리스 상선들로 코카인을 운반했다. 코카인은 상선 내에서 콘크리트로 봉합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철저히 은폐됐다. 밀매범들은 미국 등 목적지 해안에 도착한 후에도 반드시 쾌속정을 이용, 추적을 따돌렸다. DEA는 이 루트를 통해 지난 3년간 최소한 68톤의 코카인이 12개국 이상에 유통됐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에 참가한 국가는 알바니아 벨기에 영국 콜롬비아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파나마 스페인 베네수엘라 등 12개국. 유통루트가 확인되자 전세계적으로 200여개 수사기관이 지난 2주간 마약 네트워크의 거점들을 일시에 급습했다. 특히 베네수엘라 수사당국은 16일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우두머리격인 이반 데 라 베가를 체포, 미국에 인도하는 쾌거를 이뤘다. 줄리오 머케이드 DEA 부국장은 “이번 작전의 성공은 일국의 힘 만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클린턴, 콜롬비아 방문

작전명 ‘플랜 콜롬비아(Plan Colombia)’. 콜롬비아 정부가 마약추방과 반군 토벌을 겨냥, 75억달러를 들여 추진 중인 국책사업이다. 여기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3일 이 플랜을 지원하기 위한 13억 달러의 예산을 승인했다.

클린턴은 30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10년만에 콜롬비아를 방문, ‘마약과의 전쟁’을 재천명할 계획이다.

이 플랜은 마약밀매조직 근절과 연산 520톤의 코카인 경작지 초토화, 최대 반군단체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및 제 2반군조직인 인민해방군(ELN)의 완전 소탕을 통한 내란종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이 플랜에 대한 우려는 벌써부터 비등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개입에 대한 주변국의 불만.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의 마약감시 비행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거부하는 등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특히 반군토벌 작전으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 난민들이 자국으로 무단 월경할까 우려하고 있다. 군대가 없는 파나마는 반군들이 자국쪽으로 넘어올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또 브라질 정부는 코카인 경작지를 초토화하기 위해 사용할 화약약품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이 영향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베트남전쟁에서 구사한 고엽작전을 남미에서 벌이려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 국내 여론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 1992년 클린턴 취임 이후 콜롬비아산 코카인의 국내 반입량은 750%나 늘었고 마약상용자는 1,360만명으로 급증했다. 콜롬비아 정부가 마약조직 소탕을 빌미로 양민학살 등 인권유린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는데도 미국이 이를 방조한다는 비난도 거세다. ‘밑 빠진 독’에 13억달러라는 국민의 세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도 팽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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