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실사 개입의혹 파문확산한나라당은 27일 민주당 윤철상(尹鐵相) 사무부총장의 선관위 실사 개입 발언 파문과 관련, 파상 공세를 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 문제가 해결 안되면, 정기국회를 안 할 수도 있다”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이총재는 이날 휴일임에도 긴급 총재단 회의를 소집, “민주주의를 파괴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한 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차원에서 끝까지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최병렬(崔秉烈) 부정선거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당 3역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4·13 부정선거에 대한 조사는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국정조사 실시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했다.
그동안 여권의 남북관계 이벤트에 밀려 정국 주도권을 상실했던 한나라당에 윤부총장 발언 파문은 천금과도 같은 반전의 기회. 그래서인지 이날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투쟁 스케줄을 내놓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우선 28일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당 명의의 공개 질의서를 전달한 후 의원총회를 열어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어 의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검찰총장과 선관위원장을 방문해 사퇴를 촉구할 계획.
공개 질의서는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관련자 처벌은 물론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선거법 위반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윤부총장과 비슷한 발언을 했던 김옥두(金玉斗) 총장 등도 문제 삼기로 했다.
29일에는 국회에서 수도권 지구당 위원장과 당원들을 동원, 규탄 대회를 여는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고, 이후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와 특별검사제 임명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투쟁의 불씨를 지펴 나갈 방침이다.
이총재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 사건은) 국가 기강과 관련된 문제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정기 국회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못박았다.
최병렬 위원장은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에 국회 문제는 여당의 태도에 따라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한발 뺐지만, 이번 싸움에 임하는 이총재의 각오가 읽히는 언급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민주당은 27일 서영훈(徐英勳) 대표가 직접 나서 ‘4·13총선 검찰수사 및 선관위 실사 개입’ 의혹 파문의 조기 수습을 시도했다.
윤철상 사무부총장의 발언을‘사실과 다른 우발적 실언’으로 규정하고, “이 문제와 정기국회는 별개”라며 야당의 정기국회 연계 전략을 차단하는 것이 포인트.
서대표는 이날 당직자 회의에 앞서 성명을 발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성명의 대부분은 “시대가 달라졌는데 여당이 검찰이나 선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윤부총장의 발언은 과장됐고 사실무근”등등 파문 진화를 위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서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번 일이 정쟁의 빌미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방어벽을 치기도 했다.
김옥두(金玉斗) 총장은 “야당이 이 문제를 정국 주도권 장악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정략적 속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며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국회를 볼모로 잡아 민생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기국회마저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야당의원들의 선거부정 사례 공개 등 ‘대야 전면전’도 고려할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국정 2기의 출발부터 악재가 내부에서 터진 데 혀를 차며 자칫 정권의 도덕성 시비로 비화할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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