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 정신에 바탕한 기업, 개인이어야 한다. 불퇴전의 결의로 투명성 높은 회사를 만들겠다.” 1997년 11월 총회꾼 이익 제공 사건으로 기무라 다케무네(木村雄宗)사장이 사임하면서 일약 상무에서 최고경영자로 발탁된 가와소에 가쓰히코(河添克彦·61·사진) 미쓰비시 자동차 사장의 취임 일성이었다.그런 그가 다름아닌 투명성 문제로 사임 압력에 내몰리고 있다. 대량의 리콜(제품회수)로 이어진 소비자들의 클레임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건의 파문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난은 물론 주무 부서인 운수성도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모리타 하지메(森田一) 운수성 장관은 25일 “고발을 위한 최종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운수성은 내달 초 허위보고 등 차량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전망이다.
가장 강력한 사임 압력은 미쓰비시 그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룹내 주요기업들은 한결같이 미쓰비시 자동차를‘문제아’로 인식해왔다. 거액의 위자료 지불로 이어진 1996년 미국 현지공장에서의 성희롱 사건, 1997년의 이익 제공 사건 등이 유독 미쓰비시 자동차에서만 빚어졌다.
더욱이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이번 클레임 은폐 사건을 간과할 겅우, ‘미쓰비시’의 브랜드 이미지 전체에 손상이 간다는 위기감이 미쓰비시 그룹 내부에서 팽배하다.
2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앞에 머리를 숙이고 은폐 행위를 사죄할 때만 해도 그는 사임을 피해 보려고 했다. 미쓰비시 자동차내부에서도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자본·기술제휴 등이 매듭될 때까지라도 남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클레임 관련 자료를 이중으로 만들어 운수성 감사에서는 껍데기 자료만을 내보인 조직적 은폐 행위는 애초에 사죄만으로는 끝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최고책임자가 깨끗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일본 기업의 전통이 그의 잔류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1961년 요코하마(橫浜) 국립공대 졸업 직후 미쓰비시 중공업 입사 이래 40년 동안 외길을 걸어 온 그는 이번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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