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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교실 '사라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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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교실 '사라지는 아이들'

입력
2000.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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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S여자실업고 2학년 한 반. “방학동안 잘들 지냈을까.” 반갑게 교실 문을 연 담임선생님의 기대는 일순간에 무너졌다. 교실의 절반이 비어있었기 때문.“노느라 개학날도 깜빡했다”는 아이들이 이튿날부터 하나 둘 나타났지만, 25일에도 등교한 아이들은 46명 가운데 38명. “2명은 동대문시장 옷가게에 취업해 돌아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등교하겠다던 2명도 안나오고 있고, 나머지 셋은 어디론가 함께 가출한 것 같아요.”

개학이 돼도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지않고 있다.

“2학년에 13개반이 있는데 100여명 이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 반에 3~4명꼴인 장기결석자를 제외해도 각 반마다 사라진 아이들이 7명정도나 됩니다.”(I정보산업고 교사)

서울 S고 2학년도 한 반에 평균 3~4명의 학생이 모습을 감췄다. D여자정보산업고, M중, K고 등…, 각 학교마다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니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찾아 등교를 호소하는 ‘진풍경’마저 벌어지고 있다.

서울I공고의 경우 개학후 일주일째 선생님 20명이 2명씩 조(組)를 짜 밤마다 PC방과 유흥가를 돌며 아이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40여명을 찾아냈지만, 그 중 절반만 학교로 돌아왔다”며 “학교를 아예 안다니겠다고 버티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청소년종합상담실 귄희경(38)상담팀장은 방학 중 사라진 아이들을 원래도 결석이 잦다가 방학을 계기로 완전히 학교를 떠난 경우 정상생활을 하다 방학중 탈선한 경우 방학중 혼자 지내면서 학교에 대해 더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 등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붕괴’현상의 심화때문. 여기에 방학 중 자유로운 생활이 학교와 영영 이별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학생생활국장 현원일(41·서울 면목중 교사)씨도 “방학은 억눌렸던 스트레스를 일시에 풀 수 있고, 억압해 왔던 욕구 분출이 가능한 시기”라며 “통제가 없던 방학때 아예 탈선에 중독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지혜(40·여)회장은 “방학에는 또래 집단에 휩쓸려 평소 혼자 해볼 수 없던 술, 담배, 약물 등에 빠질 기회가 더 많다”며 “가정·학교·사회의 손발이 맞지않아 이들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요즘 청소년상담을 위한 인터넷홈페이지에는 방학중 가출한 학생들의 글이 부쩍 많이 뜨고 있다. “전 지금 가출 중입니다.

오빠들하고 담배피우고 술 마시고 자고 매일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15살짜리 (친구)여자애는 아르바이트자리도 없어 원조교제를 하거나 술집, 다방에 가야합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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