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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소비국 "유가폭등 네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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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소비국 "유가폭등 네탓"

입력
2000.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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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달러선을 넘는 유가 급등세로 국제 원유시장에 비상이 걸렸다.24일 뉴욕상품시장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날보다 39센트 떨어진 31.63달러로 마감, 상승국면 차단에는 성공했지만 급등세에 따른 패닉현상은 장중내내 시장을 압도했다.

이날 하락세 역시 원유 수급상황과는 관계없는, 미국 유럽 등 석유소비국들의 강력한 유가안정 요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어서 유가 폭등세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24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미석유협회(API)의 발표가 있었던 23일에는 유가가 장중 한때 33달러선에 육박해 10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런던시장의 브렌트유도 이날 30.30달러로 소폭 내린 채 마감됐지만 일주일간 급등세가 지속될 정도로 시장상황은 불안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원유가 상승추세는 원유수급에 대한 서방 소비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간 입장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서방측은 “OPEC 회원국들의 감산조치로 절대적 원유 공급량이 부족한 게 요인”이라며, 적극적인 증산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유가급등에 따른 경기침체의 여파가 원유수요 감소로 이어져 결국 산유국 경제까지 타격받을 것이란 경고도 이어졌다.

그러나 OPEC의 생각은 다르다.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은데 투기 등 외부적 문제때문에 과열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3분의 1만이 산유국의 수입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유통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이같은 거품이 제거되면 자연스레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증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OPEC의 입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과도하게 부과돼 있는 석유에 대한 세금을 먼저 내리는 것이 고유가를 해결하는 길이라며 서방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를 지렛대로 OPEC 11개 회원국 설득에 나서고 있으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우선 증산에 대한 회원국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우디를 비롯한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은 “고유가는 산유국과 소비국 모두에 해가 될 뿐”이라며 증산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반면, 쿠웨이트 등 나머지 회원국들은 반대하고 있다.

릴와누 루크만 OPEC 사무총장은 “회원국 공동의 이익이 존재할 때만 시장에 개입할 것” 이라며 증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으로의 최대 관심은 다음달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각료회담에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회의에서 증산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하루 50만배럴 내외에 불과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런던의 세계에너지연구센터(GCES)는 “이같은 증산규모는 유가의 추가상승을 약화시키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며 브렌트유의 경우 올 4·4분기에 31달러선을 유지하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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