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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MT-2000 "거짓말 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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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MT-2000 "거짓말 경연"

입력
2000.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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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기술표준 싸움은 ‘거짓말 경연장’인가. 각기 선호하는 방식을 관철시키기 위한 사실 왜곡과 말 바꾸기가 도를 넘고 있다.24일 잇따라 열린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의 기자회견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이날 자사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동기식(미국식)의 우수성을 역설하며 근거로 제시한 자료를 보자.

주파수 손실율은 동기 7.84%, 비동기식(유럽식) 23.2%, 최대 전송속도는 동기 15Mbps, 비동기 2.048Mbps, 동시 통화자수는 동기 1,080명, 비동기 940∼1,000명. 동기식이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이다.

하지만 라이벌인 LG정보통신측이 같은 날 내놓은 수치는 180도 반대였다.

양측이 “이런 수치는 이미 입증된 것으로, 기술자라면 다 알고 있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볼 때 둘 중 하나는 분명 거짓말을 한 셈이다.

예비 사업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전까지도 동기단일화를 외치며 국내 업체의 비동기 기술력을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폄하하던 한 사업자는 비동기 채택 방침을 확정한 뒤 “국산 장비로 서비스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1,2 개월만에 기술력이 이만큼 향상됐다니 놀라울 뿐이다.

정보통신부는 또 어떤가. 안병엽(安炳燁)장관은 6월 국회에서 “표준 결정을 업계 자율에 맡긴 만큼 3개 사업자가 모두 비동기로 가더라도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통부가 최근 일부 업체에 동기식을 채택하도록 물밑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목적 달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업인들, 표리부동에 능한 관료들에게 “정정당당하게 논쟁하고 공식 발언에 대해서는 책임지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이희정 인터넷부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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