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카우트연맹에서 주최하는 중국 한민족 역사문화탐방은 방학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대감을 갖게 했다.6박7일간 조상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찾아가는 중국 동북지역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중심으로 곳곳에 산재한 고구려·발해유적을 답사하고 일제 식민통치시기 항일운동에 앞장선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3주가 지난 지금까지 감동은 남아 있지만, 특히 백두산을 올랐던 기억과 용정에서 만났던 조선족 가족의 모습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여행 다섯째 날, 우리는 드디어 백두산 등정에 나섰다. 처음부터 걸어서 올라가고 싶었지만 일정상 지프를 타고 오를 수밖에 없었다. 차창밖으로 스치는 광경만으로도 아쉬움은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천지가 바라다 보이는 산길을 오르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천지를 향해 돌아서는 순간, 나는 하마터면 푸른 천지 속으로 빨려 들어갈 뻔 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는 것조차 그 아름다움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어 찾아간 곳은 백두산의 물줄기가 장엄하게 흘러내리는 장백폭포. 차가운 물이 흘러내릴 줄 알고 잠시 손을 담근 나는 뜨거운 물이 흘러내리는 것에 놀랐다.
마치 겨레의 뜨거운 통일 염원처럼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아직 뜨거움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우리는 용정의 조선족 집에서 머물렀다. 시골 할머니집같이 편안했던 그곳에는 민박집 주인 내외와 할아버지 할머니, 6살 꼬맹이 애화가 함께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평안도에서 이곳으로 넘어오셔서 터를 잡고 사신 지 벌써 120년.
예전에는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왕래가 잦았지만 요즘에는 그것도 어렵다고 서운해 했다.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데 그리 어려움은 없다고 하셨지만, 먼 고향얘기를 하시는 할아버지의 눈가엔, 뜨거운 눈물이 촉촉하게 고여 있었다.
고향은 그런 곳인가 보다. 자기가 태어난 곳이 아니라도 서슴없이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고, 남겨진 인연의 끈 하나 없어도 뜨거운 그리움의 눈물을 솟게 만드는 곳.
이번 여행에서는 비록 남의 땅을 통해 백두산에 올랐지만 다음에는 우리땅으로 백두산을 올라 그 너머에 있는 애화네 식구를 만나러 가고 싶다.
/홍경화 대원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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