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꽤 긴 모양이다. 버클리 음대에서 돌아온 ‘전람회’ 의 김동률이 퍽 야해졌다. ‘야하다’는 것은 2집 ‘희망’ 에 대한 자평이기도 하다.‘전람회’의 고급스런 스윙 발라드 스타일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뿐 아니라 R&B, 로파이, 월드뮤직, ‘뽕짝’ 스타일 등 유례없이 갖가지 실험을 했다.
손질된 분재에 멋대로 돋아난 들풀처럼, 듣는 이를 당혹스럽게 할 만한 야성이 있다. 이를 그는‘야하다’ 고 하는 듯하다.
변신에 대해 팬의 반응도 갈린다. 당혹스러워하는 팬 앞에서 그는 천연덕스럽다. “당연히 이전과 같을 수 없죠. 그때만 해도 어린 학생이었는데요. ”93년 MBC‘대학가요제 ’ 로 데뷔할 때만 해도 가수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옆집 오빠가 기타를 메고 들려주는 듯한 편안함이 ‘전람회’의 색깔이자 인기의 비결이었다. 뮤지션으로서의 책임감과 부담을 갖게 된 지금은 그때와 같을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재즈나 클래식 같은 미국 색깔이 많이 들어갔죠. 그런데 밖에서 보니 국악도 마치 월드뮤직처럼 매력 있더군요.”
영화음악 전공자답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교하고 웅장한 편곡과 우리 가요에서는 드문 뉴욕스타일의 업템포 R&B ‘2년만에’ 가 서양이라면, 서정적인 피아노솔로‘희망’ 이나 주술가와 같은 흐름에 사물놀이를 월드뮤직처럼 녹여낸 ‘염원’ 은 반대편에 있다.
그 위에 거칠고 음습한 로파이 방식으로 녹음한‘악몽’ 과 트로트에 보사노바를 섞은 듯한 ‘님’까지 해볼 수 있는 음악적 실험을 모두 담은 느낌이다.
‘전람회’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예전과 다른 판을 냈다는 게 진정한 대중성이 아닐까요? 전람회 때랑 똑같은 음악을 하는 건 ‘상업성’ 이죠.”여전히 말장난이나 과대포장에 어색한 것이 그의 매력일 것이다.
새학기가 되면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작업이 무척 힘들었던 것 같다. “취미로 음악을 했을 때가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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