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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적자금이 공돈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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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적자금이 공돈은 아닐텐데

입력
2000.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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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적 자금을 추가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은행과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추가 조성을 반대했었지만, 소요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데다 금융시장의 조기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판단때문이다.이같은 정부 결정은 일단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적 자금 투입은 타이밍과 규모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팀이 바뀌었다고 해서 주요 정책이 하루아침에 변경된 것은 정책의 일관성·신뢰성이란 측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 더구나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현재까지 국회 동의를 받아 조성된 공적 자금은 총 64조원이다. 7월말까지 21조8,000억원을 회수하고 이중 14조8,000억원을 재사용해 실제 78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공공자금 28조3,000억원을 합하면 모두 107조1,000억원이 된다. 정부는 최고 20조원 가량의 한도승인을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태로 보아 그 정도로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공적 자금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와 금융기관은 물론 국민들도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투입된 100조여원은 1,000억달러 정도에 해당돼 300억달러가 안되는 달러 부족으로 외환위기를 당했던 것을 돌아보면 얼마나 큰 액수인지를 알 수 있다.

그렇게 많은 자금을 투입했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은 여전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과거 청산을 위한 것이지 새로운 투자는 아니어서 그 기회비용은 엄청난 것이다.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다른 분야에의 투자를 그만큼 희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금융 공적자금은 투입에 비해 회수 실적이 미비해 국가 재정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우리 경제가 IMF체제에서 그나마 빠른 속도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이 상대적으로 탄탄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이 ‘눈먼 돈’ 쓰기 식이 되지 않도록 기회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려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까지와 같은 운용방식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공적자금 운용에 있어 기본은 국민 부담의 최소화와 도덕적 해이 방지에 두어야 한다.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토대로 투입근거와 자금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금융기관과 기업주에게 엄정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부실 기업·금융기관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국회에 사후 검증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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