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인간의 한계가 깨지는 무대이다. 엇비슷한 기량을 가진 스타들이 자신과 조국의 명예를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초인적인 힘이 발산된다. 올림픽 명승부는 바로 ‘라이벌’에 의해 만들어진다.특히 올 시드니서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육상 100m는 명승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자리를 놓고 세계기록보유자 모리스 그린(26)과 ‘총알탄 사나이’ 아토 볼든(27·트리니다드 토바고)이 자웅을 겨루기때문이다.
88올림픽때의 벤 존슨(캐나다)과 칼 루이스(미국)처럼 이들의 자존심 대결은 올림픽 시작전부터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현역 최고의 스프린터 그린은 올림픽 우승보다는 세계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지난해 자신이 세운 세계신기록 9초79를 경신한다면 올림픽 월계관은 자연히 따라올것이라는 게 그린의 설명이다. 그린의 목표 기록은 광고에도 등장했듯 9초76이다.
97, 99년 세계선수권 100m 2연패(連覇)는 물론 지난해 아테네그랑프리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모리스 그린의 전력을 보면 금메달은 떼논 당상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무산소 운동인 100m는 불과 33~38보폭에 승부가 갈리는 특징상 스타트 부진 등 한순간만 삐끗하면 만회할 기회가 없는 데다 96애틀랜타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아토 볼든이 버티고 있기때문이다.
볼든은 그린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적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그린이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것도 9초86으로 2위를 차지한 볼든이라는 훌륭한 경쟁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볼든은 올해들어 로잔 국제대회에 이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골든리그 2차전에서도 100, 200㎙ 우승을 휩쓸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볼든은 100m기록에서는 그린에 0.07초 뒤지지만 9초9의 벽을 누구보다 많이 깨트린 경력을 갖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9초75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드니 대결이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그린과 볼든이 평소 연습파트너였다는 점.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때문에 스타트부터 치밀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특히 볼든은 그린이 미국대표선발전 200m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84년 LA 올림픽이후 16년만에 100m와 200m 동시 석권을 노리고 있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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