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유난히 매미소리가 청량하다. 도시의 공원과 아파트 단지 녹지대, 도심지 가로수에 매미가 낮게 앉아 기를 쓰고 울어대는 모습을 목격하기 어렵지 않다.집 주위나 길거리를 거닐며 가까이서 우는 매미소리를 들으면 마치 심산유곡이나 고향집에 온 것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 착각은 우리를 까마득한 유년시대로 인도해 주니, 이 또한 흔하지 않은 행운이다. 도심지에서 매미소리 듣기가 어려웠던 시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매미가 너무 많아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많다. 매미소리 때문에 나무그늘 아래서 낮잠 자기가 어렵다는 투정은 애교가 있지만, 소음 측정기를 들이대며 그것 보란 듯 매미소리 공해를 ‘고발’하는 방송기자의 리포트는 너무 삭막하였다.
밤에도 낮처럼 울어대 잠을 잘 수 없다고 해충방역 전문회사에 매미방제를 부탁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자연의 소리를 거부하고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 매미는 애벌레 상태로 7년동안 땅속에서 살다가 탈피해서는 한철 밖에 살지 못한다. 여름이 가기 전에 짝을 찾아 종을 번식시키기 위해 그렇게 울어댄다.
올 여름 매미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춥지않은 겨울이 오래 계속되어 애벌레 월동률이 높았기 때문이라 한다. 도시에 녹지공간이 늘어나 서식환경이 좋아진 것도 원인의 하나다. 매미는 유충때부터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고 살기 때문에 공해에 영향을 받지않아 도심지에도 잘 적응한다.
■ 그러나 무엇보다 큰 원인은 매미의 천적이 많이 없어진 때문이라는 것이 생물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매미의 천적은 말벌과 어치 찌르레기 북방새 박새 같은 식충성 조류다. 그들 천적의 개체수가 크게 줄거나 멸종해 잡아 먹히는 놈이 없으니 매미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천적이 줄어든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환경오염이다. 먹이가 아무리 많아도 서식환경이 되지 못하면 벌도 새도 살 수 없다. 매미소리가 시끄럽다고 짜증 낼 일이 아니라, 생태계 이변을 심각하게 걱정할 때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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