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옛 유고연방이 사분오열되면서 세계 분쟁지역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쳐온 발칸이 굵직굵직한 선거를 눈앞에 두고 새 정치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집중될 발칸 선거는 특히 코소보 전쟁이후 독재자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한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서방측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다음달 10일 마케도니아 지방선거를 필두로 24일 세르비아 공화국의 대통령, 연방·지방의회 선거 및 몬테네그로 공화국의 대통령, 연방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고, 10월 1일에는 알바니아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슬로베니아와 코소보는 10월 15일과 28일 각각 의회, 지방선거를 치르며, 11월 11일 보스니아에서의 의회선거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관심의 초점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권좌를 지키고 있는 세르비아 공화국과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회교계가 3두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보스니아 선거. 전에 없던 반정부시위와 높아진 민도(民度)로 밀로셰비치의 철권통치가 상당부분 잠식된 세르비아는 야당 대통령 후보자들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어 ‘선거혁명’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한달 남은 지금 15개 군소 야당연합인 세르비아민주야당(DOS) 연합의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가 밀로셰비치보다 10%이상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고, 제 1야당인 세르비아부흥운동(SPO)의 보이슬라브 미하일로비치 후보는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할 경우 코스투니차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해 야당세력을 고무시키고 있다. 연방의회 선거에서도 40% 이상 지지를 받고 있는 야권이 밀로셰비치의 세르비아사회당(SPS)과 연정파트너인 세르비아급진당(SRS)의 30%를 크게 앞서고 있다.
보스니아는 4월 지방선거 이후 불기 시작한 화해무드에 힘입어 온건노선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대거 퇴진이 점쳐지고 있다. 세르비아계에서는 ‘전범’ 라도반 카라지치가 이끄는 옛 세르비아 민주당에 온건노선으로 분류되는 밀로라드 도디치 총리가 거센 도전장을 내밀며 호각지세를 보이고 있다. 이슬람계 역시 보스니아_헤르체고비나당의 온건파 하리스 실라지치가 이슬람계 차기 대통령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반면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코소보는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간 인종분규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어 선거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50개가 넘는 알바니아계 정당들이 난립중이다.
핵심은 알바니아계 지도자로 불리는 이브라힘 루고바가 이끄는 온건노선의 코소보민주연맹(LDK)과 코소보해방군(KLA)의 정치조직으로, 과격노선의 하심 타치가 이끄는 코소보민주당(PDK)의 한판대결로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노·장년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루고바가 젊은 유권자를 주축으로 한 타치를 앞서는 형국이나, 지하경제와 연계돼 있는 PDK가 언론, 자금 등을 장악하고 있어 낙관하기 힘들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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