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꽃게""돌 홍어"충격

*전국 불량식품 봇물 '불안한 식탁'납을 넣은 중국산 꽃게가 대량유통돼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이번에는 무게를 늘리기 위해 돌을 집어넣은 홍어가 발견됐다.

또 물먹여 얼린 아귀·복어에서 쇳가루가 든 고추가루까지 나도는 등, 전국 곳곳에서 부정·불량식품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더구나 내달 추석을 앞두고 저질 해외 농·수산물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 돌 넣은 홍어

최근 전남 나주 영산포 일대 홍어시장에서 칠레산 일부 홍어의 뱃속에 어린이 주먹크기 만한 돌덩이 2-3개씩 들어 있는 것이 발견됐다.

상인 정모(63)씨는 23일 “심한 경우 하루 4-5마리에서 각 1㎏이 넘는 돌덩이가 나와 수입업체에 강력히 항의했다”며 “현재 홍어 뱃속에서 꺼내 보관하고 있는 돌덩이가 10여개가 넘는다”고 기막혀 했다.

또 다른 상인 김모(56)씨는 “수입 생선은 꽁꽁 언 냉동상태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생산 현지에서만 이런 짓이 가능하다”며 “현지 어민이나 수입업자가 무게를 늘려 팔기위해 돌을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산 홍어를 수입했던 6-7년전에는 돌멩이는 물론 질나쁜 젓갈넣기, 물넣고 얼리기 등으로 무게를 늘리는 불법이 극심했으나, 남미쪽으로 수입선이 바뀌면서 한동안 이런 일이 없었다.

◇ 물 먹인 아귀·복어

국립수산물검사소는 이날 물을 먹여 무게를 늘린 사실이 발견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입 냉동 아귀와 복어가 올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산물검사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전국에 수입된 냉동아귀와 냉동복어는 각각 1만2,611톤(4,511만9,000달러)과 4,512톤(1,061만9,000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37%나 급증했으며, 이 가운데 냉동아귀 324톤, 냉동복어 201톤이 이같은 이류로 반송·폐기됐다.

수산물검사소 관계자는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라며 “요즘에는 어류의 몸체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랐는지를 집중조사하고 있으나, 여전히 물먹여 얼린 생선의 반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쇳가루 섞인 고춧가루

전남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이날 쇳가루와 회분이 섞인 고춧가루를 팔아온 혐의로 정모(45·광주 서구 농성동)씨 등 2명을 검거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광주 서구 양동에서 식료품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난달 18일께부터 식품기준상 이물질인 쇳가루와 회분 등이 기준치(8.0%) 이상으로 포함된 고춧가루 1백여㎏을 팔아온 혐의다.

그러나 정씨 등은 경찰에서 “무게를 늘리려 일부러 쇳가루를 넣은 것이 아니라 빻는 기계가 마모된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 불안해하는 시민들

부산 동명동 어판장에서 생선판매업을 하는 김모(60)씨는 “이번 불량식품 파동으로 벌써부터 국내산 제수용 생선의 값이 폭등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불안감 때문에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 강광파 이사는 “식품에 납 등 이물질을 넣는 행위는 살인행위”면서 “강도높은 처벌과 아울러 점차 완화추세인 식품안정성 검사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경남본부세관은 이날 출고 대기중인 중국산 냉동꽃게 8,729kg 1,150상자에 대해 전면 출고금지명령을 내렸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농수산물 검사 실태] 수입産 2%만 추출 검역

"전에는 수입 농수산물의 30%까지 정밀검사를 했지만 농수산물시장이 개방되면서 통관 검역 절차를 신속하게 하라는 외국의 압력에 정밀검사 비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관리과 관계자)

현재 수입농수산물에 대한 검사는 고작 무작위 추출(2%내외)로 외형의 손상이나 변형 유무를 살펴보는 '관능검사(오감에 의한 검사)' 정도. 실제로 올들어 중국에서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 꽃게 964톤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32톤에 불과하고, 이중 중금속 오염 등이 적발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국내 농수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 전국 1,177개 지방 단위농협 중 잔류농약 속성 간이검사소를 갖춘곳은 213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담당직원이 다른 업무와 겸직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 보건위생환경연구원 가락농수산물검사소 관계자는 "도매시장에서도 자체적으로 검사하는 채소류는 전체 반입량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며 "적발된 채소류는 유통 금지조치를 취하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채소류에 대해서는 사실상 생산에서 유통까지 무방비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부정ㆍ불량 가공식품에 대한 상시검사와 단속 역시 형식적.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감시원은 최근 2년동안 1,000명 이상이 줄어든 2,000여명. 이중 대부분이 자치단체 위생과(계)에 소속돼 다른 업무를 함께 보는 탓에 효과적인 단속을 기대하기 힘들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