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동안 터져버린 반백년의 회한과 그리움. 누구나 드라마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 결코 드라마가 아니다.슬픈 드라마를 보며 가끔 울기도 하지만 손수건을 꺼내들고까지 운 적은 없는 남자다. 모든 것이 실제상황이다.
이름도 실명이고, 구구절절 기막힌 사연들도 모두 뼛속깊이 맺힌 실화이다. 그래서 본분을 망각하고 앵커석에 앉아 울어 버렸다.
50년을 꿈속에서도 그리워하던 북의 아내 유봉녀(75)씨에게 “니 어쩌다 손이 이리 쭈글쭈글 해졌나?” 라며 금가락지를 끼워주던 최성록(79)씨가 급기야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내가 죄인이다…”라고 울부짖을 때엔 나의 좌우에 앉아있던 조명철 박사, 최창영 기자도 손수건을 꺼내놓고 울었다.
눈가에 분장이 엉망이 되는건 아랑곳하지 않고….
이 비극적 실제상황을 드라마로 인식한다면, “가지마, 가지마, 같이 살아…” 절규하는 노환의 어머니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여긴다면, 죄인일 수 없으면서도 죄인임을 자복하며 울부짖는 아버지를 구경꾼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비극적 상황은 되풀이 되고 말 것이다.
TV뉴스가, 신문기사가, 사설이, 또 외신이 모두 드라마라고 한다.
이를 보고 들은 시민들도 덩달아 그렇게 말한다. 누구나 이산의 아픔을 말하고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지만, 앞에 붙은 수식어가 어떠하든 인식의 한계가 드라마에서 그어진다면 희망은 저 멀리 달아날 것이다.
희망을 붙들어 매자. 다행히 이번 만남은 지난 1985년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산가족의 상봉을 남북정상이 약속했고, 두 정상은 희망의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있다.
8·15 이산 가족의 만남을 두번 다시 드라마라고 하지 말라.
그건 실제 상황이니까. 굳이 드라마라고 하려거든 7,000만 겨레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라.
한맺힌 이산가족이 외롭지 않도록. 앵커석에 앉은 세남자는 그래서 울었다.
/ MBC 아나운서국 제 1부장 성 경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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