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타니쿠스·오이디푸스진정한 비극을 통해 인간은 정화되고 성숙한다. 감각의 시대,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진중한 연극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똑바로 볼 수 있는가? 늦여름 국립극장과 문예회관이 약속이나 한 듯 고전의 원형을 찾는다.
배우의 몸을 빌려 철학을 이야기하는 작가 라신느의 ‘브리타니쿠스’. 프랑스 고전 비극의 원형질에 국립극단이 도전장을 냈다. 국내 초연작.
폭군 네로와 어머니 아그리피나 사이의 기이한 모자관계, 네로의 이복 동생이면서 연인인 주니아. 여기에 이들의 무서운 권력욕이 틈입한다.
주니아의 연인이면서 네로의 이복 동생이 바로 타이틀 인물인 브리타니쿠스다.
점차 광기에 빠져 들어가는 네로 황제는 브리타니쿠스와 삼각관계에 빠져 그를 죽이고야 만다.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네로의 광기가 볼 만.
라신느 스스로 “가장 공들여 완성한 대작”이라 공언했던 작품이다. 원작의 대사는 모두 시어. 현대 한국의 일상어에다 궁정어를 섞어 이번 무대 언어를 만들었다.
현대적 단순미에 촛점 맞춰진 무대다.
드넓은 무대에 단 7명의 배우, 노 세트. 경사 무대 위의 기둥 5개가 무대 장치의 전부. 이 사이를 길이 60㎙, 폭 0.9㎙의 천이 극의 진행에 따라 자리를 바꾸며 무대를 분할, 꿈이나 환상의 공간으로 만든다. 소도구는 네로의 침대, 장난감, 옥좌 등으로 제한됐다.
프랑스 국립 파리 연극 콘서바토리 교수·연출가 다니엘 메스기슈(52)가 건너와 함께 작업중이다.
신예 이상직(35·네로)·노석채(30·브리타니쿠스)의 연기 경합에, 서희승·이문수 등 중견이 무게를 잡아 준다. 9월 1-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평일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 7시 30분, 일 오후 4시. (02)2274_3507-8.
오이디푸스 황제가 자신의 눈을 찌른 것은 인간에 대한 철저한 환멸, 또는 부당한 운명에 대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극단 청우의 ‘오이디푸스’가 오이디푸스 신화 이후를 찾아간다.
원전을 비틀어 비극성은 더 하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운명론적 부제까지 달았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댓가로 테베의 왕이 됐다.
가뭄을 막기 위해 수로를 짓는 등 소신에 따라 합리적으로 일을 해결해 나가는 그가 원로들은 못마땅하다.
때마침 가뭄이 들이닥치자 벼르고 있던 귀족 계급은 신탁을 핑계로 그를 몰아붙인다. 그들에게 절망한 오이디푸스는 자기 눈을 찌르고 만다.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의 작가 김명화씨가 쓰고, 98년 각종 신인연출상을 휩쓸었던 김광보씨가 연출했다.
이남희 서주희 정규수 주진모 등 중견배우의 열연이 기대된다. 9월 9-17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월-토 오후 4시 7시 30분, 일 오후 3시 6시 30분. (02)766_7776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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