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관의 납 성분이 로마를 멸망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납은 인체를 파멸로 이끄는 무서운 독성을 가졌다.납 성분이 몸에 흡수되면 빠져나가지 않고 콩팥 등 장기 속에 축적되고, 임산부가 흡수한 납성분은 그대로 태아에게 전달된다. 체내에서 흡수된 납은 서서히 신경계통을 마비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며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납 중독을 스텔스 병(stealth disease)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수입한 꽃게 속에서 납덩이가 나왔다. 유통과정에서 누군가 꽃게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 게의 등과 다리에 납 조각을 끼워넣고 팔았다는 것이다.
납이 든 꽃게가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였다고 한다. 이미 400여톤 정도가 시중에 유통됐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납이 든 꽃게탕을 끓여먹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유통업자들의 악덕상혼(商魂)이 가증스럽다.
■그런데 누가 납을 게에 넣었을까. 혐의는 중국 유통업자거나 국내 수입업자에게 돌아간다. 국내 수입업자는 검찰조사에서 ‘납이 든 게를 수입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생산자나 상인들이 한국인들을 속이기 위해 게 속에 납을 넣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소비자들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식품이 위생적이지 못하고 잔류농약에 오염되어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값싼 중국 농산물이 수입되는 것은 우리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잔류허용치를 넘는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에 오염된 농산물이 수입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금 우리 농촌은 지난번 마늘 관세파동이후 중국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국내 생산자를 희생하면서 수입되는 식품이라면 적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관계당국이 눈을 뜨고 감시해도 모자랄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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