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3만5,000여명, 피해액수 2,490억여원의 사상최대 금융피라미드 사기업체(본보 4일자 23면, 11일자 21면 보도)가 수사기관의 부주의를 틈타 회사재산을 말끔하게 빼내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피해액의 일부나마 확보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지난 5월23일 금융피라미드 방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2,490억원을 편취한 ㈜리빙벤처트러스트와 ㈜리빙월드컴 사무실을 급습, 회사간부 9명을 긴급체포하고 39억1,000만원이 든 법인통장 5개를 압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통장압수 후 잔고에 대해 지급정지 신청을 하지않는 실수를 저질렀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리빙측 관계자는 이 틈을 타 이틀뒤인 25일 은행 폰뱅킹을 통해 39억750만원을 통째로 인출해 사라졌다.
수사를 지휘한 서울지검도 미처 압수물을 챙기지 못한채 피의자들의 신병처리에만 매달리다, 6월초 수사기록을 경찰로부터 넘겨 받고서야 이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있던 피해자들은 피해액의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같은달 15일 390만원의 인지대를 들여 서울지법에 회사예금에 대한 가압류신청을 했으나 결국 확보한 것은 통장에 남은 250만원 뿐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는 22일 “1차적으로 피의자 신병확보와 통장 등 증거물 압수에 몰두하느라 지급정지까지는 미처 생각 못했다”며 “당시로선 리빙측의 사기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들의 재산을 동결할 수 없었던데다, 수사상 의무조항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사기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피해액 변제인데 수사기관이 피해자들을 조금만 신경썼으면 인출을 막을 수 있었다”고 분개했다.
피해자들은 최근 자비를 들여 회사측과 기소된 간부들의 은닉재산을 추적, 이들이 계열사에 출자한 자본금과 건물 임대보증금 등 13억여원의 동산·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마쳤으며 이를 근거로 이날 서울지법 담당재판부에 배상명령신청을 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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