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득점권에 나가면 상금을 주겠다.” 89시즌 막판타점왕경쟁이 치열해지자 빙그레 유승안(현 한화 수석코치)은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선두타자들에게 상금을 준 적이 있다. 결국 그해 유승안은 해태 김성한(현 해태코치)을 1개차로 따돌리고 타점왕(85개)에 올랐다.당시 해태에는 이순철(현 삼성코치), 빙그레에는 이정훈(현 한화코치)이라는 걸출한 1번타자가 버티고 있었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주로 3,4번타자로 나서던 유승안과 김성한은 해마다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연봉산정작업을 할때 이들은 타점을 많이 올린 유승안이나 김성한보다 항상 밑이었다. 필자도 현역때 주로 1번타순에 배치돼 찬스메이커로 뛰었다. 때문에 타점을 올리기보다 살아나가는데 주력했다.
연말에 연봉협상 과정에서 1번타자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구단과 옥신각신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득점타를 많이 때리는 선수를 평가절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결정타를 날린 선수를 우대하지 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선수를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대접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린 선수보다 득점한 선수에게 모든 플레이어들이 달려나가 환호하는 것을 보고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지현(LG) 장성호(해태) 정수근(두산) 이영우(한화) 등이 대표적인 1번타자들이다. 대부분 높은 타율에 뛰어난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뒤에 배치된 중심타자들은 상대적으로 개인성적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다. 1번타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나가는 게 급선무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빛나는 조연이 있으면 주연의 연기가 더욱 돋보인다. 조연의 훌륭한 연기로 성공한 명화가 적지 않다.
조연인 톱타자들이 제몫을 못하면 클린업트리오도 빛이 바랜다.
역전홈런이나 굿바이 안타를 때린 선수가 있는 반면 이들을 위해 충실하게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찬스메이커가 더 많다. 야구팬들도 클러치히터에게만 눈길을 주지말고 톱타자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많이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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