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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우즈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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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우즈의 전설

입력
2000.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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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24·미국)가 골프사에 또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우즈는 21일 새벽(한국시간)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GC(파 72)에서 벌어진 미 프로골프(PGA)투어 제82회 PGA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마지막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기록, 6언더파로 추격한 봅 메이(31·미국)와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공동선두를 이룬 뒤 16∼18번의 3홀 스트로크 연장전에서 1언더파를 쳐 1타차로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90만달러(약 9억9,000만원).

우즈는 이로써 올들어 US오픈,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PGA챔피언십까지 석권, 47년전 벤 호건이 세운 한 시즌 메이저 3관왕 기록과 타이를 이루면서 1937년 데니 슈트가 수립한 대회 2연패(連覇)를 63년만에 다시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메이와 함께 95년 스티브 엘킹턴과 콜린 몽고메리가 세운 최다언더파 우승기록(17언더파)을 1타 경신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2위를 달리며 이번 대회에서 일약 슈퍼스타로 떠오른 스콧 던랩(37)은 이날 3오버파로 무너져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마크, 공동 9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의 우승길 정상으로 가는 길목은 예상밖으로 험난했다. 그것도 두 무명에게 번갈아가며 시달렸다. 전날 공동 2위에 오른 메이와 던랩. 3라운드까지는 던랩이 ‘우즈의 저격수’역할을 했고 4라운드서는 메이가 괴롭혔다.

이들에 불과 1타 앞선 가운데 4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메이가 버디를 낚은 2번홀에서 3퍼팅으로 보기를 범해 선두자리를 내줬다.

4번홀에선 버디를 추가한 메이에 2타차까지 밀려났다. 우즈가 이름값을 하기 시작한 것은 7번홀부터. 7, 8번홀 줄버디로 메이와 공동선두를 이뤄 평정을 되찾았다. 이후 18번홀까지 두 선수는 파와 버디를 주고 받으며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특히 15번홀(파4)은 이날 경기의 분수령. 1타 뒤져 있던 우즈는 세컨샷이 그린을 넘어가 보기의 위기를 맞은 반면, 메이는 1m짜리 버디기회를 잡은 것. 희비의 정점에서 우즈는 침착하게 파세이브에 성공했고 메이는 버디퍼팅을 놓쳤다.

자칫 3타차까지 벌어질 뻔 했던 경기흐름은 이를 계기로 우즈쪽으로 기울어졌다. 메이는 마음이 조급해진 듯 16, 17번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연속 러프에 빠뜨려 파세이브에 급급했다.

반면 우즈는 17번홀에서 96야드를 남긴 세컨샷을 컵 80㎝에 붙여 여유있게 버디로 연결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승부는 18번홀에서도 결정을 짓고 못하고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 첫 홀인 16번홀(파4·444야드). 우즈는 4㎙ 버디퍼팅을 놓치지 않았다.

메이는 파세이브. 1타차로 앞서기 시작한 우즈는 17번홀에선 오른쪽 러프에서 그린을 향해 굴리는 펀치샷으로, 18번홀에서는 컵 30㎝ 옆에 붙이는 절묘한 벙커샷으로 각각 파세이브에 성공,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한 메이를 따돌리고 마침내 대망의 우승컵을 안았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승부처 16번홀

파4의 16번홀(444야드). 우측으로 약간 굽은 도그레그홀인 이 홀은 평균타수가 4.24타로 잭 니클로스가 설계한 발할라GC 가운데 두번째 어려운 홀로 악명이 높다.

길고 정확한 티샷이 필수인 이 곳에서 타이거 우즈는 4일 동안 파에 만족했고 봅 메이는 3라운드서 버디를 잡아냈던 곳. 먼저 날린 메이의 티샷은 250야드까지 날아가다 왼쪽으로 휘어지며 러프에 빠져버렸다.

반면 승부처임을 직감한 우즈가 2번 아이언으로 때린 티샷은 페어웨이 오른쪽에 안착했다. 당황한 메이의 세컨샷은 그린에 6m 모자란 반대편 러프에 떨어졌고 우즈는 홀컵 7.5m에 붙여 2온. 결국 우즈가 침착하게 먼 거리의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기선을 제압,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메이도 용감했다"

양보없는 각축끝 2위 무명서 일약스타로

“메이야 말로 진짜 챔피언이다.”31세의 루키 골퍼 봅 메이가 제82회 PGA챔피언십 준우승 트로피를 받기 위해 ‘골프천재’타이거 우즈와 나란히 18번홀에 서자 갤러리들은 끊임없는 찬사를 보냈다.

만년 2인자 어니 엘스(남아공)나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부진, 우즈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 뻔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는 무명들의 반란으로 박진감이 넘쳤다.

2라운드까지 우즈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던 스콧 던랩이 지친 기미를 보이자 3라운드부터는 메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1라운드서 이븐파 72타로 공동 21위에 머물렀던 메이는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6언더파 행진을 펼치며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즈와 함께 PGA챔피언십 최소타 신기록 보유자로 남게 됐다.

지난해 Q스쿨(투어자격 테스트)을 13위로 통과, 투어 출전자격을 얻은 그는 올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세인트쥬드클래식 공동 2위가 유일한 톱 10 성적이다.

대회직전까지 48만 3,542달러의 상금을 벌어 상금랭킹 73위에 불과, 600만달러를 넘보던 우즈의 12분의 1 수준이었다. 준우승 상금으로 54만 달러를 보탠 메이는 상금랭킹도 단숨에 28위까지 뛰어올랐다. 91년에는 오클라호마주 대표로 뛰면서 NCAA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해 프로전향 후 이렇다할 성적이 없던 그는 유럽투어를 떠돌다 틈틈이 PGA투어에 출전했다.

프로 데뷔 첫해 워커컵대회서 메이와 짝을 이뤘던 필 미켈슨은 “메이는 16세에 LA 오픈대회 출전자격을 얻었을 정도로 주니어때만 해도 최고 골퍼였다”며 “우즈와 맞서도 손색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칭찬했다.

우즈도 “어렸을 때 사우스캘리포니아의 집에서 20분 거리에 살았던 메이의 명성은 대단했다”고 메이를 추켜세웠다. 정작 메이는 “이제부터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것만도 행복하다”고 말해 대조를 이뤘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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