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은 물론, 정부기관과 공공기업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무시하고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런 일이다 .환경부가 최근 수도권지역 대규모 사업장 56곳에 대한 환경안전 특별점검을 실시해서 위반한 사업장 11곳을 적발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수도권 개발지역이 환경보존의 하한선 마저도 짓밟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국토지공사가 벌이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조성사업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할 수 있다.
전체 사업면적 168만평 중 수풀이 우거진 산지 1만8,000평은 수림보호 및 생태보전 차원에서 원형보존하도록 95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협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공사를 하면서 임진강 제방복구사업을 위한 토취장으로 사용함으로써 보존지역의 원형은 온데간데 없고 주변 공사장과 마찬가지로 망가져 버렸다.
뒤늦게 환경부가 토지공사에 공사중지요청을 했지만 보존가치가 이미 다 훼손된 뒤라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고 한다. 우리는 정부 산하기관이 공사를 하면서 왜 정부 부처가 마련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마저 무시하며 자연환경을 허물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혹시 토지공사나 그 윗 기관인 건설교통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적당히 뭉개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또는 ‘통일동산’이라는 명분으로 환경관련 행정행위쯤이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 알고 싶다.
정부가 마련한 기준을 정부 산하기관이 앞장서 어기는 것이 당연시된다면 누구에게 준수를 강요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통일동산은 10년전 대통령의 정치적 공약에 의해 시작된 사업으로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상황으로 볼 때 그 장기적인 효용성 면에서 재고할 부문이 있을지 모른다. 이에 반해 이런 큰 공사로 한번 훼손된 자연환경은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구는 많은데 가용토지가 턱없이 부족한 입장에서 개발과 환경보존의 딜레마는 항상 우리를 괴롭히는 난제임에 틀림없다.
수도권의 난개발은 쾌적한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에 앞서 장차 홍수나 토사유실등 자연재앙문제를 야기할지 모른다.
1만8,000평이 많은 땅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무시되는 경우가 쌓이면서 난개발의 자국은 우리의 국토를 병들게 할 것이다.
우리같이 협소한 국토에서 개발과 보존계획이나마 훨씬 치밀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이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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