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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러시아 사회불안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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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러시아 사회불안 상징

입력
2000.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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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침몰은 쇠퇴일로를 걷는 러시아 해군의 몰락을 그대로 반영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침몰은 쇠퇴일로를 걷는 러시아 해군의 몰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낙후된 군대는 물론, 국가 전체가 폐기처리장이 돼가는 러시아 현실을 심각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 산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예산부족으로 인한 장비의 노후화. 신형장비의 도입은 물론 기존 장비의 수리 및 유지에 쓸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기업들의 5%만이 현대적 기술을 사용한다”며 장비 노후화가 러시아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자본주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기업과 노동자는 현금만을 쫓아 안전을 백안시하는 세태가 만연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이미 폐기처리해야 할 장비를 정비없이 가동하는가 하면 노동자들은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실적올리기에만 급급한 형편이다.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은 당연히 대형사고를 유발한다. 아파트 및 주거지역에서는 가스관의 정비불량으로 인해 폭발사고가 이어지고 뒷돈을 받고 화물을 과다적재한 채 비행하던 항공기가 잇따라 추락했다. 연료를 훔치기위해 송유관에 다반사로 구멍을 뚫고 있으며 전선과 통신망은 고철을 내다 팔려는 주민들에 의해 숱하게 끊겨 나간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지난 1월 “이대로라면 러시아는 화재, 건물붕괴, 방사능 및 각종 유해물질 유출 등의 재난이 연속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새로운 장비의 도입과 수리를 외면할 경우 러시아 산업시설의 대부분이 2007년께 마비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군대, 그중에서도 해군이다. 북극해와 발틱해, 흑해를 주름잡던 러시아 해군의 위용은 오늘날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러시아 해군의 현실은 이런 호언장담이 구두선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부족으로 함정의 폐기가 잇따르고 정비불량으로 인해 항상 사고가능성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다. 올초 생활고에 찌들린 잠수함 승무원들이 핵연료를 암시장에 넘기려다 적발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예산부족으로 인한 혼란은 군기결여로 이어진다.

결국 쿠르스크호의 침몰은 정비불량과 훈련부족으로 점철된 러시아 해군의 예고된 인재였으며 개선이 없을 경우 다가올 재앙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핵무기 예산을 감축해서라도 장비의 점검 및 사병의 복지강화를 이루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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