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71) 시인의 신작시집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책이있는마을 발행)은 조금만 더 일찍 출간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올해 여름 우도(牛島)를 찾았을 이들이 이 시집을 들고 갔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다.
이씨는 잘 알려져있듯 우리나라 3,000여개의 섬 중 1,000여개를 떠돌면서 시를 써온 ‘섬시인’이다.
섬만이 간직한 역사와 자연,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을 구석구석까지 아끼며 시로 형상화해온 자칭 ‘걸어다니는 물고기’다.
이씨가 그 수많은 한국의 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섬이 바로 우도이다.
30여년 전 제주 성산 일출봉에 올라 건너편에 떠 있는 이 작은 섬을 보고는 그는 ‘무명도(無名島)’라 이름붙였다.
뒷날 그 섬의 이름을 알고 나서도 그는 우도를 처음 시심이 일었던대로 무명도라 부르며 스무번 서른번 넘게 드나들었다. ‘그리운 섬… ’은 그의 우도 사랑이 하나의 시집에 녹아든 결과이다.
‘서빈백사는 모래가 아니다/서빈백사는 산호 줄기가 아니다/서빈백사는 파도에 부서진 영혼의 분말/…/서빈백사는 한 많은 누님의 뼛가루다.’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우도의 절경 서빈백사(西濱白沙)에서 그는 아름다운 풍광 말고도 우도 사람들의 개척정신과 생활력을 본다.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쇠머리 언덕에서 이시인은 ‘우도에 오면/소 되는 줄 알았는데/시인이 되었다/보리밭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시인이 되었다’고 읊었다.
복잡한 기교 없이, 다만 우도에 취해 소박하고 간결한 언어를 토로하는 이씨는 “우도에 오면 야성(野性)이 시성(詩性)으로 바뀐다. 소도 말도 나처럼 시를 쓸 수 있을 것같다“고 말한다.
‘저 섬에서/한 달만/뜬눈으로 살자/저 섬에서/한 달만/그리운 것이/없어질 때까지/뜬눈으로 살자’며 30년 전 그가 처음으로 노래했던 시 ‘무명도’는 작곡가 변규백씨가 곡을 붙여 아름다운 노래로 태어났다.
대학로 등지에서는 이씨의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미 낯익은 아름다운 노래. 시집에는 이 노래와 이씨의 시 낭송이 함께 담긴 CD도 포함돼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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