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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MBC '사랑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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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MBC '사랑은 아무나 하나'

입력
2000.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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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니까… 며느리라서… 드라마 시대착오“여자, 잘났다고 떠들어봐야 여자야. 남자는 세 번은 새 장가 갈 수 있어.”MBC 주말연속극‘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시아버지(양택조)가 남편을 공금횡령으로 고발한 며느리 희주(이태란)에게 서슴없이 협박처럼 던진 말이다.

동생 경주(김지호)의 집은 또 어떤가. “언니는 우리집 가정부잖아.”

시집 온 첫날부터 시누이(이의정)는 올케에게 이렇게 말하며 모든 집안 일을 떠맡긴다.

뿐만 아니라 시어머니는 시집 온 첫날부터 이혼한 시아주버니의 재혼문제까지 짐을 지운다. 드라마가 현실에서 사라진 구악(舊惡)들을 현실인 양 묘사하고 정당한다면 정말 답답한 일이다.

특히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고부갈등을 시청자들조차 수용할 수 없는 진부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두 자매 희주(이태란)과 경주(김지호)의 시집은 너나 할 것 없이 시대착오적인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결혼전에는 그토록 당차고 발랄했던 신세대 경주는 ‘넌 착하니까’라는 남편의 한마디에 아무 말 못하고 다시 앞치마를 두른다.

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는 부유한 어머니를 둔 이 딸들은 둘다 가난한 시집에서 자신의 출신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산다.

SBS ‘불꽃’이나 ‘사랑의 전설’등 많은 드라마에서 가난한 친정은 여자에게 장애물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부유한 친정까지도 시집 식구들의 자격지심을 건드려 시집살이를 힘들게 하는 요소이다.

‘요즘 고부간, 며느리와 시누이 사이도 민주적이다.

며느리를 그토록 일방적으로 몰라부치는 뻔뻔한 시어머니, 시누이가 몇이나 있는가’‘이 드라마를 보면 시집가기가 두려울 정도’라는 시청자들의 불평이 아니더라도 극적 재미를 위해 현실까지 무시하는 듯한 억지스런 갈등 구조와 구태의연하게 대응하는 ‘신세대’주인공의 자세는 눈에 거슬린다.

연상연하 사이의 사랑, 사제간의 사랑, 수직적 신분상승 등 ‘꿈의 실현’에 있어 드라마는 더할 나위 없이 진보적이다.

그러나 유독 고부관계에서는 수구적인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 물론 드라마에 구호를 담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현실을 무시하거나 역류해서는 안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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