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표 우황청심원을 생산하던 75년 역사의 조선무약이 부도를 냈다. 진돗개광고로 유명했던 세진컴퓨터랜드의 부도 이상으로 우울한 소식이다. 새 경제팀이 현대문제를 봉합을 시작으로, 시장안정을 위한 액션프로그램에 착수했지만 주식시장과 자금시장을 둘러싼 수상하고 미심쩍은 기류가 좀처럼 걷히지않고 있다. 한번 토라진 시장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도 힘겨운 판에 경기둔화세 및 인플레 우려, 수출여건 악화와 유가의 고공행진 등 거시환경도 심상찮다.김대중 대통령이 22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직접 주재키로 한 것이나, 진념 경제팀이 21일 경제5단체장과 상견례 모임을 갖는 것도 혼돈의 시장에 줄 ‘복음’을 마련키위한 것이다. 그러나 몸짓이 크면 기대는 더욱 커지는 법. 높은 사람들의 회의나 회동 결과가 신통찮으면 시장의 배신감만 부추길 뿐이다. 갈 곳 몰라 헤매는 수십조원의 안식처를 찾아주는 게 급선무다.
금주에도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시장안정 등에 필수적인 관련법과 추경예산 처리는 난망이다. 상봉 이산가족이 또다시 이별의 피눈물을 흘리고, 투자자들은 토막난 손실의 아픔에 허덕이는데도, 여야 정치권만 서로 등돌린 채 ‘이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는 소녀처럼 왔다가 토끼처럼 도망간다”는 증시 격언이 요즘처럼 투자자들에게 와닿는 때는 없다. 몰래 살금살금 오는 기회를 잘 잡아야 약세장에서도 살아남는 뜻이다. 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경제관료, 기업인, 금융인, 정치인에게도 기댈 곳은 없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