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장면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 오히려 TV를 끄고 삽니다.”기약없는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가족들은 이번 이산갖고 방문단의 상봉이 더 큰 고통이었다.
‘납북자 가족 모임’은 15일과 17일 이산가족 상봉단이 머물렀던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앞에서 ‘조속한 납북자 송환’을 위한 집회를 가지려 했지만 다시 한번 설움을 겪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첫날 집회는 “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17일에는 납북자 가족의 대표인 최우영(崔祐英·30·여)씨가 개인 자격으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워커힐을 찾았으나 관계 당국이 다시 한번 가로 막았다. 납북자의 사진은 다른 이산가족의 경우와는 달리 “행사 분위기를 망칠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씨는 “수많은 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자신의 사연을 알리는 것은 허용하면서 더욱 억울하게 헤어진 납북자와 가족들의 재회 노력을 제지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 최원모(80)씨를 기다리며 노모(78)와 함께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최성용(崔成龍·52)씨는 “정부가 다음달 2일 비전향 장기수 62명을 송환키로 한 뒤에도 납북자 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언급조차 피하고 있다”며 “생사조차 모르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어머니와 눈물로 지샌 밤이 몇년인지 셀 수도 없다”고 말했다.
동진호 선원이었던 아들 강희근씨와 생이별한 김삼례(75·여)씨도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나도 죽지 않고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탄식했다.
납북자 가족모임은 다음달 송환될 비전향장기수들을 조만간 찾아가기로 했다. 대표 최씨는 “꿈쩍도 않는 정부에 하염없이 기대느니 우리 심정을 조금이나마 아는 장기수 분들께 직접 부탁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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