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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 "단장은 斷腸, 사장은 死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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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 "단장은 斷腸, 사장은 死腸"

입력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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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준(49)씨는 LG 트윈스의 단장을 지낸 인물이다. 유명 야구스타들에 비해 야구팬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내 야구인들이나 프런트사이에서는 성공한 야구관리자로 꼽힌다.지금은 야구단을 떠나 LG 치타스 프로축구단 단장으로 활동중인 그가 최근 야구단에 몸담으면서 있었던 일들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LG 야구이야기’

는 비록 특정구단과 관련된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스카우트나 트레이드, 해외진출 등과 관련된 비화 등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다.

야구계에서는 오랜전에 우스갯소리로 널리 알려진 얘기가 하나있다. 저자가 프런트의 애환을 한자풀이로 해석한 것이다. 책에 담겨있는 한 토막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과장(課長)은 과장(過腸)이니 신경을 너무 많이 써 과민성대장염(過敏性大腸炎)에 시달리고 부장(部長)은 부장(腐腸)이니 장이 썩을 지경이지요. 또 그보다 더한 단장(團長)은 단장(斷長)이니 장은 이미 끊어졌고 사장(社長)은 사장(死腸)이 되고 만다니까요.’

읽기에 따라서는 섬뜩한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간 현장에서 프런트로 일했던 저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적나라한 풀이일 수 있다. 그만큼 프로야구 프런트들의 일상은 힘들고 고되다.

지난 해와 올해 현장에서 쓰러진 프런트들도 여럿있다. 이들중 일부는 현장에 다시 복귀했고 일부는 야구를 떠나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20년이상 프런트로 일하고 있는 어떤 이는 1년의 절반가량을 출장중이니 식구들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단다.

‘0점 가장’이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또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어떤 이는 옛일을 회상하며 씁쓸하게 웃음을 짓곤 한다. 수년전 팀선수가 MVP로 뽑혀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념품을 만들었는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 선수가 몇달이 지나도록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그래서 돈얘기를 꺼냈더니 왜 쓸데없는 일을 해서 사람을 골치아프게 만드냐며 면박을 줘 어이가 없었단다.

프런트는 선수단 관중과 함께 프로야구의 근간을 이루는 한 축이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빛이 나지 않는게 프런트다. 물론 모든 ‘음모’의 중심에 서있는 것도 프런트이다. 그래서 프런트가 너무 설친다는 얘기도 나돈다.

정연석 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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