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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음속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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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음속 장벽

입력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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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들먹대는 베시(Wessi)들 정말 못봐주겠어. 돈푼이나 있다고 목에 힘주고 다니는 데 구역질이 나올 정도야. 우리를 도와준다고 하지만 실속은 자기네들이 다 챙기잖아. 동포애 운운하지만 모두 위선이야 ….”“촌티가 줄줄 흐르는 오시(Ossi)들 꼬락서니 좀 봐. 우리가 언제까지 저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거야. 고마운 줄도 모르고 되레 큰소리를 치잖아. 통일돼서 좋아진게 뭐가 있어….”

■1995년 독일 통일 5주년에 즈음해 베를린을 방문취재할 당시, 통일독일의 고민거리는 뜻밖에도 ‘민족의 이질감’이었다.

통일된 민족이 정서적으로 융화하지 못해 물과 기름의 형세였다. 독일은 진작 하나가 됐지만 독일민족은 여전히 둘이었다. 그것은 베를린 장벽보다도 더 끈질기고 집요한 무형의 장벽이었다. 당시 양쪽 주민이 서로를 비하해 지칭하던 말이 ‘오시(동독인)’와 ‘베시(서독인)’다.

■사실 이런 ‘제2의 베를린 장벽’은 통일 이전부터 배태(胚胎)되고 있었다. 1970~80년대 동·서독간 교류·왕래의 폭이 넓어지는 가운데서 인적 갈등 요인들이 싹트고 있었던 셈이다. 단지 민족통일이란 지상과제와 염원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화해·협력이 강화되면서 민족의 정서적 이질감이 증폭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결국은 제2의 장벽으로 드러난 것이 아이러니컬 하다.

■앞으로 북한 관광과 경협이 확대되면 지금까지와 달리 양측의 인적 접촉이 다면화(多面化)할 것이다. 바라마지 않던 일이지만 한편 걱정도 든다.

우리 국민들의 우쭐대는 졸부근성, 한국 기업인이 후진국 현지공장 근로자들을 막 다뤄 물의를 빚었다는 그간 해외보도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은 자신들 개개의 언행에서부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이산가족들이 지난주 상봉에서 서로 말못할 이질감을 느꼈다고 할 정도로 분단 50년은 남북에 깊은 마음의 골을 드리우고 있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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