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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래 詩쓰던 산골 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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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래 詩쓰던 산골 영자

입력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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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휴먼다큐 '인간극장' 뒷얘기 방영전기도, 전화도 없는 산골에서 촛불로 밤을 밝히며 시를 쓰던 산골소녀 영자.

7월 방송된 KBS 1TV 휴먼다큐 ‘인간극장’의 ‘그 산골엔 영자가 산다’편은 도시인의 삭막한 삶에 풀꽃같은 싱그러움과 잔잔한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방송후 PC통신에는 ‘영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결성되었고 수많은 편지와 선물이 답지했다.

취재팀이 한달 후 다시 영자를 찾았다. 인적이 끊겼던 영자의 집에 이제는 하루 한 번씩 우체부 아저씨가 팬레터를 한아름 안고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태양열 발전기와 TV까지 있었다. 한 시청자가 촛불 아래 글을 쓰는 영자가 안타까워서 보내 온 것이다. 전력이 약해 무용지물이긴 했지만.

산골소녀 영자는 ‘영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초청을 받아 생전 처음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서울은 영자에게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아버지와 영자의 굳은 표정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어요.”영자는 고백한다.

다시 강원도 삼척 집으로 돌아온 영자는 또 하나의 변화에 부닥친다. 서울의 한 독지가가 컴퓨터를 보내오더니, 아버지가 마음을 바꿔 느닷없이 전화를 신청한 것이다.

또 태양열 발전기를 보강시켜 호롱불에 의지하던 오두막이 대낮처럼 밝아지고, TV화면에도 불이 들어온다. 영자는 서툰 솜씨로 E_메일을 보내기에 바쁘다.

혈육이기 이전에, 영자에게 학교 선생님 대신 직접 명심보감과 글쓰기까지 가르쳐 주었던 아버지, 그리고 영자. 그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 것도 변한 건 없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문명의 이기(利器) 몇가지가 들어왔다고 해서 삶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영자의 꿈인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언젠가는 배우고 익숙해져야 할 대상들일 뿐. 영자를 계속 취재해온 양차묵PD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문명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몰랐을 뿐”이며 “영자도 혼자 살아가야 할 삶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대책없는 ‘순수’를 계속 바라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생각일까. 이야기는 20일(오후 8시 45분)부터 다섯 편으로 나뉘어 방송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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