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버려두었던 딸의 고운 손을 언제 다시 만져볼 수 있을까….”평양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815편에 올라타 창밖을 내다보는 국어학자 류렬(82)씨의 눈에는 또다시 이슬이 맺혔다.
오전 11시50분께 비행기에 탑승한 북측 방문단 일행의 표정은 겉으로는 밝아보였다.
지만 두세명씩 옆자리에 함께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 얘기를 나누는 사람은 없었다. 창가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창밖을 향하고 있었고, 몇몇 사람은 남측 가족들에게서 받은 듯한 선물 꾸러미를 품에 안은 채 눈을 감고 꿈같은 해후의 회상에 젖었다.
91세된 노모와의 짧은 만남이 생각나는지 “통일되면 내가 꼭 모시겠다고 약속드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던 강영원(66)씨는 나즈막히 “오마니, 오마니…”를 불렀다.
맨 앞자리에 앉아 남측 기자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던 북측 방문단 류미영(78·여) 단장은 “기자양반들, 또 봅시다”라며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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