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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상봉/ 애끊는 이별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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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상봉/ 애끊는 이별의 말...말...말

입력
200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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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땅에 붙은것 같아..""시간이 너무 원망스럽다"“날 두고 못간다.” “오늘 이별은 이별이 아닙니다.”

남과 북의 방문단이 돌아간 18일 숙소였던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 광장과 평양 고려호텔 앞에서는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들이 한맺힌 헤어짐의 말을 유언처럼 토해냈다.

50년 쌓아온 아픔을 꿈같은 잠깐의 만남으로 풀어야 했던 이산가족들이 이별의 순간 부모형제에게 남긴 말들 가운데는 절절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 가장 많았다.

건강이 나빠 이날 새벽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아들 량한상씨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어머니 김애란씨는 아들의 작별인사를 받으면서 침상에 누워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가지 마라, 날 두고 어디 가냐”고 애간장을 끓였다.

북측 방문단 임재혁씨는 워커힐호텔에서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나를 잊어버려라”라며 오열했고, 북측의 형 리종필씨를 보내는 동생 종국씨는 “시간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했다. 오빠 리래성씨와 작별하는 방송인 이지연씨는 “평생에 가장 소중한 시간이 허망하게 가버렸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평양 고려호텔에서는 남측 김장녀씨가 헤어지는 딸에게 “죽어서 다시 만나자”고 말해 주변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남측 선우춘실씨는 동생에게 “발이 땅에 붙은 것 같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쓰라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훗날을 기약하는 ‘낙관적인’ 이산가족들도 많았다. 북측 방문단의 박상업씨는 동생 상우씨에게 “경의선이 뚫리면 개성에서 만나자”고 했다.

계관시인 오영재씨는 김포공항에서 “오늘의 리별은 리별이 아닙니다. 북과 남이 힘을 합쳐 기어이 통일의 날을 앞당겨 영원히 리별이 없도록 합시다”라는 즉흥시 ‘서울을 떠나면서’를 발표했다.

또 북측 류 렬씨의 딸 인자씨는 버스 안에서 연신 손을 흔드는 아버지를 향해 “아버님, 손 아프시니 이제 그만 내려 놓으세요”라고 해 나흘만에 한결 도타워진 가족애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한편 북측 방문단 가운데 의사인 박량선씨는 기자들에게 “북한 의사들은 인민을 위해 사는데 남한 의사들은 데모를 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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