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 815 PYOUNG YANG'18일 오전 9시 10분께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출국장 플랫폼. 북측 상봉단을 태우고 평양으로 갈 대한항공 특별기의 출발을 알리는 사인이 전광판에 떴다. 짧은 만남 뒤 찾아온 기약 없는 헤어짐을 앞두고 출국장은 눈물로 가득했다.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 앞에서 마지막으로 혈육을 만났던 북측 상봉단은 아쉬움을 가슴 한 켠에 간직하려는 듯 숙연한 표정으로 17번 게이트로 들어갔고, 10시 16분께 특별기는 마침내 평양을 향해 날아올랐다.
비행기가 구름 저편으로 사라지고 나서 적막이 흐르던 공항은 입국장 전광판에 'JS 814 11:00'이라는 도착사인이 뜨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남북 합동연주회를 위해 북측 교향악단을 태우고 오는 고려항공 특별기였다.
이어 오후 2시께. 평양에 갔던 KE 815편이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와 남측 방북단을 토해냈다. 북측 상봉단을 떠나 보낸 작별의 자리는 꿈같은 고향길에서 돌아온 가족들을 맞이하는 자리로 변했다.
이날 하루에만 김포공항에는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비행기 3편이 부지런히 뜨고 내렸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하늘길이 이처럼 붐빈날이 있었던가. 남과 북의 특별기는 이날 서해 상공에서 스쳐 지나가며 교신을 하기도 했다.
입국장 1층 종합안내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성희씨는 "이산가족들이 헤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며 "서울과 평양의 하늘길이 붐비게 되면 통일도 머지 않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2000년 8월 18일.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하늘길은 어느새 통일의 길이 돼가고 있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