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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평양 오찬장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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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평양 오찬장 표정

입력
200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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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별의 오찬.’ 남측 방문단이 17일 평양에서 북측 가족과 마지막 식사를 함께 나눈 고려호텔 오찬장에는 뜨거웠던 3일간의 상봉의 기쁨과 다시 이별해야 하는 뼈저린 아픔이 뒤섞였다.○…“아버님 어머님, 저 세상에서나마 이 못난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김원찬(77·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씨는 이날 오찬장에서 여동생 선숙(64)씨의 손을 꼭잡고 2분여 동안 소리내서 부모님을 추모하는 기도를 올렸다.

“못난 저를 많이 찾으셨죠. 저는 정말 불효자식입니다....” 울먹이는 김씨의 기도는 계속 이어졌다. “통일되면 바로 고향 산소에 찾아가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꼭 다시 오겠습니다.”

김씨는 흥남 비료공장에서 최고의 목형 기술자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배워 아버지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게 됐을 때, 또 첫 월급을 타서 청주와 쇠고기를 대접해드렸을 때 아버지는 얼마나 흐뭇해 하셨던가.

여동생 선숙씨는 “우리를 두고 가버린 오빠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라요. 그때는 열밤만 자고 나면 돌아온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오빠를 만나면 마구 때려주려고 했는데 흰머리에 주름도 많고 너무 늙어버렸어요”라고 울먹였다. 선숙씨는 그러나 “오빠가 왔으니 이번 추석에는 돌아가신 분들에게 큰 선물이 될 거예요”라며 오빠를 위로했다.

○…“언니 생일 축하해” 강성덕(67·대구 달서구)씨는 이날 마침 생일을 맞은 언니 순덕(75) 씨에게 오찬장에서 꽃다발을 건네주며 부둥켜 안았다. 강씨는 “언니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50년만에 만나서 생일을 챙겨줄수 있게돼 여한이 없다”며 오래 오래 살아서 또 만나자고 언니와 약속했다.

이날 오찬장 여기저기에서는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식사를 아쉬워하는 듯 서로 음식을 입에 넣어주는 정겨운 모습이 펼쳐졌다. 정수옥(70·충남 아산시)씨는 동생 광열(54)씨와 들쭉술이 담긴 술잔을 함께 부딪치며 건강하게 오래살 것을 기원했다.

○…이날 오찬이 끝난후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을 숙소인 양각호텔로 떠나보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7일 오찬은 마지막 공식 상봉 일정으로 이제 양측 가족들은 18일 오전 잠시 허용되는 환송시간외에는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수 없다. 그러나 북측 안내원들은 이별의 시간을 자꾸 미루려는 남측 가족들에게 “내일 또 만날 수 있으니 빨리 (객실로) 올라가자”고 재촉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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